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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조상님의 은덕에 감사하며 햇곡식 햇과일로 차례상을 차리고 가까운 친인척이 만나 감사인사를 드리고 이웃과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모여 놀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추석하면 지금도 어릴 적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장날, 부모님이 장에서 추석빔을 준비해서 장롱 속에 넣어 두시면 하루 몇 번씩 꺼내봤는지 모른다. 혹여나 닳을까? 눈으로만 봤다가 만져보고, 입어보고, 꽃신도 신어보고 얼마나 추석을 기다렸던가? 


내가 몇 살 때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가 진주에 나가셨다가 꽃무늬 원피스(그때는 간탕구라고 했다)를 사오셨다. 너무 예뻐서 눈이 황홀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매일같이 몇 밤 자면 추석이냐고 어머니께 물었다. 안방 서랍에서 몰래 꺼내 입어보고 혼자 빙그르르 돌아도 보고 양꼬막 손으로 원피스 양쪽을 살며시 잡고 다소곳이 앉아도 보고 서보고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설렐 정도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설 추석 명절이 아니면 새 옷을 얻어 입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한 시절이었다. 


요즘은 어떤가? 모든 것이 넘쳐 나 귀한 것도 아까운 것도 없다. 오늘 아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다가 놀랐다. 멜론 4개가 통째로 김밥, 생선, 식빵도 먹지 않고 버려진 음식들을 보고 어릴 적 우리들의 먹거리를 생각했다.


사진= 부산에서 김순점 

떡 한조각 과일 한조각 생선 한 토막도 명절이나 동네 이웃에 관혼상제가 있을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었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낡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때론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음식들이 있다. 식구는 줄어들고 집밥보다 외식도 많아지는 현대에 냉장고, 김치냉장고, 냉동고까지 몇 개씩 집안에 두고 살지만 버려지는 음식들이 있다. 그만큼 우리들의 생활이 풍요로워졌다. 


정신적으로는 상대적 빈곤으로 삭막해지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도 어렵고 방향을 잃고 우리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생긴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 추석송편을 한 두번 만들었다. 지금은 사서 먹는다. 오늘 손주가 등원하며 어린이집에서 송편을 만든다고 자랑을 한다. 다행이다. 


집에서는 잃어가고 있는 송편 빚기를 어린이집에서 한다니 감사하다.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과 전통을 어떻게 가꾸고 지켜가야 할지 나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어려운 숙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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