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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칼럼› 일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의 통일과 대국화
  • 기사등록 2019-08-31 07:44:40
  • 기사수정 2019-09-01 13: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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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초빙교수



일제 징용피해자 배상문제로 촉발된 한일 간 무역전쟁이 지소미아(GSOMIA) 파기로 이어지면서 한미동맹마저 흔들리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향후 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은 물론 한·미·일과 북·중·러 간 힘의 균형파괴 등 예측할 수 없는 파급영향이 우려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양국 간  혐오감정의 역사적 뿌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 국민들은 유사 이래 한국만 일방적 피해를 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려 말과 조선 초에 극성을 부린 왜구(倭寇)의 노략질과 임진왜란 참화는 차지하고라도 36년 간 국권침탈로 인한 고통이 너무 생생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인 2015년 3·1절 연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역시 한반도를 통한 외침(外侵)을 두려워한 역사가 있으며, 그 기원은 신라의 삼국통일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제가 멸망하면서 한반도와의 연고가 끊기자 일본은 나당연합군의 침공이 두려워 규슈지역에 대규모로 산성을 쌓고 수도를 나라에서 교토로 옮기기까지 하였다. 

이 위기는 신라가 고구려·백제의 부흥군과 함께 당군을 한반도에서 축출해 한·중·일 3국의 균형을 잡음으로써 정리되었다.


문제는 신라 말에 다시 발생하였는데, 해상왕 장보고의 피살로 동북아의 해양질서가 무너지면서 중앙정부의 조세 압력을 견디지 못한 신라 지방세력들이 일본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일본이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한 대규모 해적인 이들 ‘신라구(新羅寇)’의 약탈로 쓰시마와 규슈 지역은 완전히 초토화됐다고 한다. 


그리고 수백 년 뒤 두 차례(1274, 1281년)에 걸친 여몽(麗蒙) 연합군의 일본 침공은 수천 년간 유전자에 각인될 정도로 강한 공포를 안겼다. 

이들은 상륙지에서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는데, 우리 관점에서는 고려군이 몽골군의 부속병력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일본에는 동등한 침략자였다. ‘가미카제(神風)’에 상륙선단이 괴멸되지 않았다면 국가가 망할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이었다. 




그 후 이 여몽연합군은 ‘원구(元寇)’ 또는 ‘무쿠리 고쿠리(몽골·고려)’로 불리며 우는 아이를 겁줘서 달래는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공포가 현대까지 남은 증거로 히로시마 원폭투하 현장의 생존자들을 다룬 이부세 마스지의 소설 ‘검은 비(黑い雨)’를 보면 원폭 버섯구름을 ‘무쿠리 고쿠리의 구름’이라면서 ‘지옥의 사자’에 빗대고 있다.  


가해의 기억은 망각되기 쉽지만 피해자의 아픔은 쉽게 치유되지 않기 마련이다. 근대사에서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생긴 우리 국민들의 ‘한’은 깊고도 생생하다. 물론 비교대상이 되지 않지만 상당수 일본인(특히 우익)들 역시 신라구와 원구를 예로 들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분개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일본이 임진왜란이나 한일합병을 저지른 근저에는 대륙세력의 한반도를 통한 침공의 공포가 깔려 있을지 모른다. 


미국 최고의 외교전략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한국이 통일되면 강대국이 되어 그 힘이 만주까지 미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일본에 가시(thorn)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더구나 그런 통일한국이 일본에 대한 원한 때문에 패권국가인 중국에 기운다면 일본으로서는 ‘무쿠리 고쿠리’의 악몽이 부활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의 혐한의 뿌리는 한국의 대국화인 셈이다. 아베가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의 카드를 내민 것도 이러한 정서에 편승한 것이다. 울고 싶던 참에 뺨 때린 격이라고나 할까? 


일본은 미국만큼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인 영향력은 행사하지 못해도 ‘재를 뿌릴’ 힘은 가졌다.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서려면 그 때까지 일본의 경계심을 자극시키지 말아야한다. 


중국의 실용주의 정치지도자인 등소평의 도광양회(韬光养晦)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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