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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한 DM(dream making)리더십포럼이사장, 전 세계일보 사장


  "매화에게 묻노니 봄은 어디서 오는가?/ 그 봄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가?/ 달은 지고 꽃은 내 몰라라 말이 없는데/ 아득한 숲 속에서 새들은 서로 지저귀네(問春何處來 春來在何許 月墮花不言 幽禽自相語)"'

"물을 건너고 또 물을 건너/꽃을 보며 다시 또 꽃을 보며/봄바람 부는 강가 길을 걸어 가노라니/어느새 그대 집에 다다랐도다(渡水復渡水 看華還看華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고계(高啓)가 지은 두 편의 한시 문매각(問梅閣)과 심호은군(尋胡隱君)이다.

고계의 호는 청구자(靑邱子)이며 중국 소주(蘇州)에서 태어나 원나라 말기의 내란시절에 생애 대부분을 보냈다. 한때 명조에 부름을 받아 원나라 역사 편찬에 참여했다. 궁여도 등 그의 작품 일부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을 비판했다 하여 모반죄로 39세에 처형을 당했다. 비운의 천재 시인 고계는 짧은 생애에 2000편 이상의 시를 남겼다. 그의 대표적 시집인 고청구시가(高靑邱詩歌)에 보면 주로 강남의 수향(水鄕)의 풍물을 담백하게 노래했다. 고체(古體)에서도 역사와 전설에서 취재한 낭만을 묘사했다.



위의 매화에게 봄을 묻는다는 문매각은 계절의 봄 그 이상의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봄소식을 너무도 애타게 알고 싶어 찬바람 눈 속에서 제일 먼저 피는 매화에게 봄이 어디서 오며. 오는 것이 틀림없다면 지금 어디쯤 왔는지 물어 보았다.

그런데 환하게 지상을 밝혀주던 달이 갑자기 떨어지고 세상은 암흑천지가 되었는데도 꽃들은 내몰라라 등을 돌리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윽한 산속에 있는 새들은 서로 다투며 시끄럽게 지저귀고 있다. 시의 수사법이 고금동서를 통하고 있는 것 같다.

은자를 찾아간다는 심호은군은 물을 건너고 또 물을 건너고 꽃을 보며 또 보며 가다보니 어느새 그대의 집에 도달했다는 참으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시문 속에는 쉽게 보기엔 아무런 메시지가 들어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오직 자신은 돌아보지도 못하고 물만 건너며 꽃만 바라보며 달려온 내 인생을 이름이 아닐까? 


자기도 모르게 도착했다는 그대의 집은 혼가인지 상가인지 알 수 없고 상봉하는 은자(隱者)는 애인일수도 스승일 수도 있다. 도달한 그 시점이 아침이면 희망이 넘치겠고 저녁이면 어둠을 맞이해야 한다. 은자를 만나는 것도 기쁨이요 물에 빠지고 꽃에 취해 달리는 것도 기쁨이다. 

그러나 자기를 망각하고 달리는 것도 도달하는 것도 모두 슬프고 허무한 미친 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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