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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섬진강 강변에 피고 있는 찔레꽃. 사진=박혜범 



가끔 찾아온 사람들로부터 깨달음과 깨달음의 행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평상의 마음을 스스로 아는 것이고 이를 행함이라고 말해주는데, 깨달음과 깨달음의 행을 갖은 고행과 면벽참선을 통해서 도달하는 거창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굳혀버린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으로 알아듣지를 못하고 실망하고 돌아간다.


다시 말하지만 깨달음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밥을 먹는 평상의 마음을 아는 것이고 깨달음의 행은 이를 행함이다.


정리를 하면 흔히 별일도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일상인 스스로 밥을 먹어야 하는 때를 알고, 때에 맞추어 밥을 먹고, 한 끼 밥을 먹으려 치면 무엇을 얼마큼을 먹어야 할지, 그리고 밥을 그만 먹어야 할 때를 알고 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글쎄 아마 모르긴 해도, 다이어트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촌부가 말하는 밥을 먹는 일과 밥을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먹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힘든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니, 촌부의 말을 이해하며 절감할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사람은 생로병사가 따르는 몸에 그 몸을 지배하는 마음을 가진 영물인 까닭에, 깨달음이란 사는 일들은 사는 일들 그대로, 죽는 일은 죽는 일 그대로, 모든 현상을 깨쳐서 아는 일들이다. 한마디로 사람의 생로병사가 기미 낌새의 일이니 깨달음과 깨달음의 행이란 이것을 알아채고 행하는 일이다.


문제는 사람이 사는 일들이다. 만물은 다 기미(幾微)가 있는 까닭에, 엄동설한을 메마른 삭정이처럼 지낸 나뭇가지들이, 봄이 오는 기미를 알아 스스로 싹을 틔우고, 가을이면 겨울이 오는 기미를 알아채, 스스로 나뭇잎들을 떨어뜨리지만, 평생을 아집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네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뭐 지혜로운 이들은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현상이 무엇인지를 알고 닥치기 전에 기미를 알아 대비를 한고들 하지만, 이른바 도를 닦은 사람이나 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죽는 그 순간, 누구나 다 아! 이것이 죽음이구나 하고 깨닫지만, 사는 일들을 깨닫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결코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이것이다.


비근한 예로 열 달을 배 아파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의 마음을 어미는 모르고, 그 자식은 저를 낳아준 어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사랑하는 이들은 상대를 사랑한다는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서 정작 사랑하는 이가 지금 무슨 고민을 하고 있고, 무엇을 바라는지를 모르고.....


정치를 하는 위정자들은 지들의 생각만 옳다고 할뿐, 민생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민생들은 위정자들의 마음과 정신이 어떤 상태이고 무엇을 탐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 바로 우리네 사람들이 사는 실상이다.


거듭 말하지만 깨달음과 깨달음의 행이란 만만한 것도 아니지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지금 바로 지금 뭣이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 행하는 것이다.


강보에 싸인 어린 아기가 울어서 배고픈 자신을 알리고, 어미가 아기의 우는 소리만을 듣고 저 소리가 배고파 젖을 달라는 것인지, 똥오줌을 싼 귀저기를 갈아 달라는 것인지를 알아채고 행하듯, 깨달음과 깨달음의 행이란 그런 것이고 그렇게 사는 일이다.


농부는 씨를 뿌리고 거두는 때를 아는 것이고, 장사꾼은 손님의 마음을 아는 것이고, 이 봄날 대권을 꿈꾸며 이런저런 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객들은 시대와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행하는 것으로 지극히 평범한 것인데, 문제는 이 평범한 것을 결코 아무나 쉽게 실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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