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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짙어가는 4월30일(금요일) 4색길 중 치유와 힐링코스라는 과천길을 걸었다.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갈 때 거쳤다는 남태령 옛길을 거쳐 무네미 약수터, 무네미길로 이어지는 코스다.


한양 가는 관문의 시작, 남태령 옛길에서 옛날 옛적 과천 사람들, 백성들의 삶을 상상했다.

전 날 비가 내려 하늘은 더욱 쾌청하고 나뭇잎은 더욱 싱그러웠다.


우리를 안내한 정길용 문화해설사는 10년간 과천에서 문화해설을 했다면서 연세가 지긋하셨는데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쓰는 열정을 보였다. 


공동체의 간절함이 알알이 박힌 과천길 초입의 성황신목. 개별적인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은 쉽게 상상이 안 되는 장면이다. 사진=이슈게이트 


‘과천길’은 과천동 주민자치센터 앞 ‘성황신목’에서 시작된다. 

사당으로 가는 도로에서 보일 법한데 ‘성황신목’ 느티나무를 처음 봤다.

원래 과천동 4거리 횡단보도 중간에 있었던 것을 70년대 도로확장에 따라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고 한다. 


성황신목은 안타깝게도 고사한 상태다. 

하지만 고사한 나무 안쪽에 다른 나무를 심어 마치 성황목 안에서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해마다 음력 10월 1일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성황신목제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높였다고 한다.


성황신목 제단에는 과일을 담아온 검정색 비닐봉지 위에 참외와 오렌지, 소주 한 병이 놓여있다. 

누구의 무슨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을까?


과천길은 싱그러운 나뭇잎과 풀잎, 새소리를 보고 느끼고 들으며 걷는 시골길이다. 사진=이슈게이트 


과천동 양지마을 여기 저기 눈에 띄는 고급주택에 부러운 눈길을 주면서 남태령 옛길로 향했다. 

 남태령의 옛 지명은 여우고개였다고 한다. 

산세가 험해 산적들이 출몰했다고 한다. 산적들이 도적질 하는 모양새가 여우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정조대왕이 수원 능행 행차 중 지명을 물었는데 마을 관리가 차마 임금에게 여우고개라고 할 수 없어 한양에서 남쪽으로 가는 큰 고개라는 의미로 ‘남태령’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남태령 고개는 정조대왕의 수원 행차 뿐 아니라 이순신의 백의종군, 춘향전의 이몽룡도 걸어갔던 길이라고 한다.


남태령엔 산적들이 출몰했다. 때문에 한양으로 가는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 포졸의 도움을 받아 넘어갔다고 한다. 

남태령 고개쯤에 망루가 있었다. 

산적들이 도적질을 위해 지켜본 곳이라고 한다. 남태령 어디쯤에 산적들 마을도 있었지만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없다.


망루가 있었던 남태령 옛길. 벤치만 덩그렇게 놓여 있다. 왜 그나마 있던 망루마저 없앴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진=이슈게이트 


현재 망루는 철거된 상태로 빈 공터로 남아 있다. 여우고개를 계단으로 올라와 한 숨 돌릴 수 있는 곳이 망루자리다. 

비록 산적들의 망루였지만 멋지게 복원해 전망대를 만들면 밋밋한 옛길에 운치를 더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봤다.


과천에도 광산이 있었다. 

남태령에서 무네미골로 넘어가는 곳에 백토광산이 있었다. 

예로부터 과천은 산수가 좋아 도자기가 많이 제작됐다. 백토(白土)는 백색 도자기의 원료인 고령토를 지칭한다. 

과천 백토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가장 흥하였으나 백토 생산량이 줄어 80년 대 초 폐쇄됐다. 

백토광산 앞에서 과천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이복래 선생이 50여명을 모아 태극기를 제작해 3.1독립운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정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과천시가 광명동굴처럼 백토광산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광산이 크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무네미골의 옛 이름은 물애비골이다. 

어떤 표지판에는 아직도 물애비골로 표기돼 있었다. 정 해설사는 무네미골을 아직도 물애비골로 표기해 놓은 것이 마땅치 않은 모양이었다.


무네미골로 넘어가는 길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참 걷기 좋은 길이었을 법한데 비 온 뒤라서 신발이 푹 빠질 정도로 진흙탕이었다. 

신발이 온통 흙범벅이 돼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없겠다 걱정했는데 산을 다 내려올쯤 무네미약수터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이 신발을 씻게 해 줬다. 


자연은 늘 그렇게 고맙다. 


과천지구에 포함돼 수년 내 사라질 팔자의 무네미골 미술관. 사진=이슈게이트 


무네미골 약수터를 지나면 드라마 촬영을 한 저택이 있는 무네미 마을에 이른다.

무네미 마을은 과천과천공공주택지구에 포함됐다. 

몇 년 후면 이 한적한 동네가 도시로 변해있을 것이다. 


무네미골 입구에 위치한 미술관 주인은 과천지구에 포함된 것을 억울해 한다. 

문화공간인 미술관을 없애고 주택을 지어야 하냐며 제척을 원하지만 쉽게 빠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연 그 자체이면서도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과천길이 현대화 물결과 이 시대 ‘잡식성’ 주택 정책의 태풍에 쓸려 사라지는 운명이라니 안타까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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