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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김종인은 명색이 개선장군이다. 

4번이나 큰 싸움에서 줄줄이 패해 죽음의 문턱에 있던 지리멸렬한 군사를 일으켜 4·7 재보선의 고지를 탈환했다. 

역대 어느 비대위원장이 이런 업적을 남긴 적이 없다. 


선거라는 전투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한 당 장악력과 두둑한 뱃심은 진정 돋보였다. 

상황 판단력은 뛰어났고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어떤 자가 “나이가 90 아니냐”(실제로는 81세다)고 그의 나이를 들어 흠을 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40,50대 현역들보다 더 치열했고 더 치밀했다.


이런 김종인이 개선장군이 되자마자 당 바깥에서 국민의힘을 흔들고 있다. 

13일 자신이 몸담았던 국민의당을 향해 “ 저 아사리판”이라고 지칭했다. 

개판이고 난장판이라는 것이다. 

다시는 그 당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누군가는 “추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태상왕이 되려는 거냐”고 비난한다. 누군가는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은 아니다"라고 인격을 따진다. 


하지만 추함을 논하고 인격을 따지고 정치적 의도를 분석하기 전에 시대를 앞서 나가는 김종인 언행의 진의가 무엇이고, 그가 바라다보는 지점은 어디이며, 향후 정치적 권력의 풍향이 어떻게 될지 짚어보고 주목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김종인 페이스북 


김종인의 최근 언론 인터뷰 요점은 ▲ 국민의힘 중진들은 희망이 없다 ▲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 윤석열의 정치적 미래는 희망이 있다 등 세가지다.


김종인은 사실 제1야당의 실질적 당대표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을 뒤흔드는 것은 중진들이 당권을 장악하면 다시 돌아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김종인이 중진 중에서 특히 겨냥한 사람은 전 대표 김무성이다.  


김무성은 이재오 상임고문,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3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위원장이 야권 후보인 국민의당 안 후보에게 이성을 잃고 저주 가까운 비난을 퍼부어 상처를 입히고 있다”며 “단일화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김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했다. 

서로 상생할 수 없는 구원이 있는 것이다. 

그가  '초선 대표론'을 꺼내 든 것도 김무성을 견제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


그는 초선대표론을 언급하면서 영국의 토니 블레어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같은 모델이라고 했는데, 현재 초재선 의원 중 그런 리더십 있는 인물이 없으니 그냥 해본소리일 뿐이다. 

초선 대표론의 현실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것은 그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다시는 국민의힘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초선대표도 나오지 않고 중진이 당대표가 될 것 같으므로 자신이 얼마전까지 몸담았던 곳에 대해 절연선언을 하는 것이다. 


당 대표로 김무성 전 대표가 되거나 아니면 정진석 5선의원이 되든 주호영 4선의원이 되든 당대표의 입지를 축소시킬 김종인을 다시 불러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김종인이 국민의힘으로 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못 돌아가는 것이 맞는다. 


이 때문에 김종인은 향후 국민의힘에 대해 수권정당으로서 희망이 없다고 거듭 흔들 것이다. 

그는 지난 8일 당을 떠나면서 벌써 통첩성 작심발언을 해버렸다.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면서 "대의보다 소의, 자강보다 외풍, 책임보다 변명,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종인은 안철수에게 혹독하다. 

그는 안철수에게 “(안 대표가) ‘야권의 승리’를 운운했는데 건방진 소리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금태섭은 국민의힘 점퍼를 입었는데 안철수는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부산과 구리까지 가 선거유세를 한 것은 개인적 대권행보 아닌가”라고 했다.


김종인이 언론인터뷰와 비공개 간담회 등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비난발언을 하는 것은 개인적 사감의 발로여서 정치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다. 


김종인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미 안철수를 겨냥해 “정신이 이상하다”고 선을 넘은 발언을 해 그 어떤 발언도 새롭지 않다. 


안철수가 대선에서 3위로 패배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치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선 예선전에서 패배해 본선도 뛰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별 미련이 없다는 태도다.


반면 안철수 측에서는 시각이 정반대다.

"역할에 있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을 뺏기는 부분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주장(권은희)도 있다. 향후 대선게임의 중도 층 유인 경쟁에서 안철수가 경쟁력이 있으니 이를 견제하려는 거라는 비판이다.


무엇이 진실이든 대선판이 김종인 의도대로 굴러간다면, 김종인의 안철수 무시하기 전략은 시종여일할 것 같다.

끝내 안철수가 김종인에게 머리 숙이고 휘하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년 대선 때까지 안철수에 대한 김종인의 인신공격은 거듭될 것이기도 하다.



국민의힘과 안철수를 손절하고 있는 김종인이 윤석열에 대한 높은 관심도 표명은 이례적이다. 

어느 쪽으로 몸을 잘 싣지 않는, 신중한 노전략가인 만큼 당장 윤석열에게 베팅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윤석열을 내세워 대선판을 쥐락펴락할 생각이 커 보인다. 

 

최근 들어 윤석열에 대한 김종인의 표현에서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지금 시대정신이 공정이다. 윤 전 총장이 시대정신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의 향후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에는 안 갈 것 같다.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나”라고 일축하고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계재편론으로 읽힐 만한 언급을 했다.

 "강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나오면 당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돼 있다"며 "5월쯤 되면 무슨 빛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있을 때는 윤석열이 갈 곳은 국민의힘밖에 없다고 했다. 

제3지대서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말도 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윤석열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전략가 김종인이 국민의힘을 흔들고 안철수를 비난하면서 윤석열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기 위한 사소취대(捨小取大), 다시 말해 국민의힘을 버리고 윤석열과 손잡는 '사국취윤'의 전략적 행마로 풀이된다. 


8순이 넘은 김종인이 개선장군이라는 영광도 마다하고 호메이니 같은 킹메이커가 되기 위해 대선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진짜 정치게임을 시작하려는 것인가.





김종인은 자신의 잇단 국민의힘 질책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6 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비공개적으로 만나 자신의 구상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대권을 앞두고 신당을 자신이 만들 생각이 없고, 제3당과 협력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정치적 풍향을 보고 행동하겠다는 것이며, 윤석열과는 만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당을 만들려는 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정치를 안 한다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금 전 위원의 신당 창당을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윤석열에 대해서는 윤 전 총장 측에서 연락이 올 경우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서 볼 때 김종인은 신당창당보다 현재 야권의 힘을 최대한 결집하는 방안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당창당에 선을 그음으로써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당대표나 선대위원장 등으로 추대하면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3지대에서 대권게임을 할 여지도 남겨두는 포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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