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15일 지역화폐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가 파장을 길게 드리우고 있다. 

애초에는 조세연 보고서로 이재명-홍남기 신경전 2라운드가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태는 전문가 집단을 '탄압'하는 듯한 표현을 쓰는 이 지사의 성정과 정치 스타일, 태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 지사의 그릇론으로 비화됐다. 

국민의힘 뿐 아니라 야당까지 나서 "이지사 그릇이 작다""폭력적 독재자 잠재성 보유""희대의 포퓰리스트"라고 질타했다. 이 지사도 질세라 "국민의힘은 사기집단"'X묻은 개' 등 거친말로 대꾸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자료사진



파장의 발단은 조세연 연구보고서이다. 조세연은 기재부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이다. 

 이 지사는 추석을 앞두고 경기화폐 할인율을 높이는 등 지역화폐 효용성을 적극 주장해왔다. 그는 보고서를 낸 조세연에 대해 적폐라면서 기재부에 조세연 연구원의 엄중문책을 요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과 이재명 지사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방식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전국민 지급을, 홍 부총리는 선별지원을 주장해 마찰을 빚었다. 




조세연은 보고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를 통해 지역화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효율·후유증이 큰 지역화폐 발행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송경호·이환웅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발행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면서도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천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이 결과 지역내총생산(GRDP) 1% 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동네마트·식료품점 매출만 기존 매출 대비 15% 증가하고, 나머지 업종의 매출 증가는 0%에 그쳤다.

이들은 “지역화폐는 국가 간 무역장벽 및 보호무역 조치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 후생 감소나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증가로 사회 전체 후생을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보조금으로 지원하면서 올해 22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전체적인 후생 수준을 저해하는 지역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국고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도 소상공인 지원이 가능한데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근거 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란 거친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글에서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민연대감을 제고하는 최고의 국민체감 경제정책"이라며 "특히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증대와 생산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지역내 사용을 강제하여 소비집중 완화로 지방경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고 이 연구보고서가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결과라고 발표하며 정부정책을 폄훼하는 정부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거듭 비난했다.

그는 "정부정책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조세연 엄중문책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연일 조세연을 공격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에 "청산해야할 적폐"라거나 "왜 왜곡되고 부실하며 최종결과도 아닌 중간 연구결과를 다급하게 내놓으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비방하나"라고 했다.

그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청산해야할 적폐"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세연 측은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유찬 조세연 원장은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연구결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 (이 지사 공격에) 대응할 생각이 없다. 연구기관은 연구로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에게 희대의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한 국민의힘에게 18일 페이스북에서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맞공격했다.


 앞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조세연을 적폐라고 주장하고 리포트를 쓴 연구자에 대해 엄정조사와 문책을 요구한데 대해 "자기 생각과 다르면 다 문책당해야 하는가. 다름과 틀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민주적 태도"이라며 " 이 희대의 포퓰리스트는 자기 맘에 안들면 학자건 언론이건 다 때려잡으려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지역화폐가 비효율적이라고 한 한국조세연구원을 적폐세력이라고 맹비난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이렇게까지 발끈하는 것을 보면 그릇이 작다"라고 비난했다.

경제통인 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읽어봐도 대단히 억지스러운 주장을 한 것도 아니고, 연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 정도까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화폐가 현금에 비해 비효율적이며 따라서 중앙정부가 재정으로 보조해줄 필요까지 있으냐 하는 것"이라며 조세연 주장을 소개했다.

이어 "정치권에서는 (지역화폐를) 안 주는 것보다 주는 게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이 보고서는 현금으로 줬을 때 비해 지역화폐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만한 이야기도 못하면 이거 완전히 사람들 입을 막고서 살겠다는 이야기"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어떤가. 굉장히 웃긴 이야기"라고 거듭 이 지사를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분이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한국판 분서갱유가 생길 듯하다"며 "폭력적 독재자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히 우려된다"고 썼다.



"그릇이 작다"라는 비판에 이 지사는 18일 페이스북에 "소수 기득권자를 위한 큰 사발보다는 다수 서민을 위한 종지를 택하겠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9일 페이스북에 "지역화폐 문제는 지자체간에 확산될 경우 장점은 줄고 단점만 심화된다는 점이다. 모두 자기 지역에만 쓰라고 벽을 치는 것이지 각지역내 소비를 증진시키는 효과도 줄고, 경계를 넘나드는 소비지출이 다른 소지비출로 이어져 인접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로는 막아버리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중앙정부가 내년 1조예산을 편성해 지역화폐 보조금을 지출하는 주체인데 중앙정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조세연 보고서는 중앙정부를 향한 제언인 것"이라면서 "그런데 돌연 전문가의 분석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지자체장이 보고서를 쓴 전문가를 비난하고 위협하면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윤 의원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전문가들을 힘으로 찍어누르려 하는 것은 한 나라의 지적인프라를 위협하는 일이고 본인들 식견의 얕음을 내보이는 일이다. 지역화폐를 두고 건강한 논쟁이 일어나야 한다"라고 이 지사를 거듭 질타했다. 


이 지사는 윤 의원의 지적에 페이스북에 '언론 뒤에 숨지 말고 공개토론하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물량 자랑하며 왜곡조작으로 기득권 옹호하는 일부 보수언론 뒤에 숨어 불합리한 일방적 주장만 하지 말고 국민 앞 공개토론에서 당당하게 논쟁하자"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명색이 차기 대권후보 선두를 다투고 있는 경기지사님이 자신을 향한 비판에 그토록 분노조절도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원화된 국민 요구를 아우르면서 대한민국을 이
끌어 갈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짝퉁, 희대의 사기집단, 부패수구DNA 등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막말을 총동원했다"며 " 국민의힘을 향해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공격하면, '희대의 분노조절 장애 도지사'라는 표현이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즉각 페이스북에 '공복이 불의에 공분하는 것은 국민능멸보다 백배 낫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은 공복으로서 불의에 공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귀당의 무고한 생명까지 빼앗은 인권침해, 수백억 차떼기 부정부패 과거,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수십억 재산은닉, 천억대 직무관련 의심거래는 왜 모르쇠하며 형식적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X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하나"라며 국민의힘을 X묻은 개라고 비유했다.




김경수, 이재명 감싸면서도 대응방식에 일침


 김경수 경남지사는 21일 지역화폐를 둘러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이재명 경기지사 간 공방에 대해 "연구에는 연구로 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이 지사 대응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지사는 2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계실 때 적극 추진했던 사업이다. 거기에 대해 이렇게 나오자 아마 욱해서 그런 것 같은데 잘 대응하실 거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역화폐의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는 현장에 내려와보시면 금방 알 수 있다"며 "보고서는 보고서고, 보고서와 현장은 다르다"고 이 지사를 감쌌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issuegate.com/news/view.php?idx=869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Warning: include_once(../news/side_banner_menu.php): failed to open stream: No such file or directory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Warning: include_once(): Failed opening '../news/side_banner_menu.php' for inclusion (include_path='.:/usr/share/pear:/usr/share/php')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