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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투혼 시민 김태훈씨...“세 아이를 위해 철회 때까지 함께 할 것”
  • 기사등록 2020-08-12 20:54:01
  • 기사수정 2020-08-12 21: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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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8‧4 주택공급 대책에 과천정부청사 부지가 포함되자 김종천 과천시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민관정 통합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11일 과천 중앙공원에서 열린 '과천정부청사 부지 주택공급대책 철회를 위한 과천시 민관정 비상대책위 출범식'에 3천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과천시와 의논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출범식 마지막 쯤 한 시민 연사가 연단에 올랐다. 과천 6단지 과천자이 일반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 협의회 김태훈 대표였다.


11일 오후 과천중앙공원에서 열린 민관정 비대위 출범식에서 연단에 올라 혼자서 삭발하고 있는 시민 김태훈씨. 


그는 연단에 올라 자신을 “세 아이 아빠”라고 소개했다. 

이어 “ 전에 (발표한) 분들의 진심이 느껴져 마음에 있는 대로 하겠다” 며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과 시장은 시민의 마음을 알고 가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대표로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삭발을 하겠다” 고 했다. 

김 씨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준비해 온 이발기구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본 과천시민들은 한 순간 숙연해했다. 그러고는 “와!”하며 박수로 격려했다. 


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은  “민간인 신분으로 삭발하신 분께 먹먹했다” “삭발투혼 하신 분 너무 귀감이 됐다. 누가 좀 도와드리지 혼자 하시니 너무 짠하다” “ 오늘 집회에서도 시민이 짱이었다. 다 필요 없다” 고 했다.

한 시민은 “출범식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 같은 아이들 3명 앞에서 손수 삭발을 하고 내려가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뭉클했다. 저도 과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지를 다졌다”고 했다.






한 시민의 용기 있는 결의는 이날 출범식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이슈게이트는 12일 김태훈씨와 전화로 일문일답을 나눠봤다.


 -가족과 사전에 의논했나.

“미리 가족들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사실 시민광장사수 범시민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아무래도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아내는 힘들죠. 아내가 ‘바깥 활동 그만하고 도와달라’고 해 ‘이것만 마무리하고 열심히 할게’라고 했어요. 가정에 소홀하다고 해서 아내가 출범식에 안 올 줄 알았는데 와 있더라구요. 그래서 더 힘이 났습니다.”


김태훈씨가 11일 오후 비대위 출범식에서 삭발한 뒤 부인, 아이 셋과 연단 앞에 앉아 있다. 아이들이 삭발한 아빠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장면을 김종천 과천시장이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삭발 후 자녀와 부인이 옷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주는 모습에 시민들이 울컥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뭐라고 하던가.

“아내는 묵묵히 응원한다고 한 것 같다. 아이들은 아직 이 상황에 대해 잘 모를 나이다.”


-삭발 후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시민들과 지인들이 많이 응원해 주셨다. 아직 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시민 비대위 집행부로도 일을 하고 있다. 정부의 시민광장 부동산 공급정책안이 하루빨리 철회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왜 삭발을 감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제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고 과천시민들 모두가 그 이상의 분노들을 가지고 계시지 않은가. 제가 전문적인 사람은 아니고 평범한 아빠이자 가장인데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다.” 


-삭발을 해 직장에서는 괜찮나.

“아직은 직장에서 모른다. 회사 특성상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1주일에 하루 출근한다. 직장에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과천에 오래 살았나.

“과천에 산지는 5년 됐다. 과천 자이 일반 분양을 받았다.”


-이전에 과천현안 활동에 참가했는가.

“전혀 아니다. 과천자이 입주예정자 협의회 대표로 지난 4일 정부가 청사부지 공급 대책 발표 후 입주자대표회 긴급회의에 참석했다. 도저히 정부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것만은 막아야겠기에 집행부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


-정부과천청사 부지 주택 건설 반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이유는. 

“일부 안 좋게 보는 시각에서는 집값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8개월 된 막내가 있다.  아이들이 다 크려면 20년은 여기서 살아야 한다. 사실 집값은 상관이 없다. 물론 덤으로 우리 집이 좋다고 하면 좋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


-과천시 대응에 대해 평가한다면. 

“과천시의 정치적 의도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러한 모임과 지속적인 활동으로 과천 시민들의 메시지가 정부에 잘 전달이 돼서 정부방침의 철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현재까지의 여러 가지 방법들은 긍정적으로 본다, 결과로서 만들려고 하는 부분인지 형식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려운 단계인 거 같다.”


-계속 앞장 서는가. 

“과천시도 그렇고 시민들도 그렇다. 다 같이 하나 돼서 끝까지 철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지난 주 토요일 범시민대책위 집회도 시민들과 함께 진행을 했다. 이번 주 토요일 2차궐기대회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시에서도 지속적으로 한다면 그것 역시도 참여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세 아이 아빠로서 우리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노력한다는 것 밖에 없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의 소망과 과천시민들이 소망하는 것이 같을 거다. 모두가 하나 되고 모두가 동참했으면 좋겠다. 일부 여야를 구분해서 따로 행동하는 부분이 보이는데 청사부지 공공주택 건설에 대한 이 현안만큼은 하나가 돼서 고민을 하고 하나가 돼서 진행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부나 관계부처에서 진정성을 갖고 볼 것 같다.” 



잇따르는 삭발투혼


정부가 과천청사부지를 아파트 공급지역으로 발표한 뒤 삭발투혼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 김동진(카루소김)씨가 지난 5일 세종시 국토부청사 앞에서 삭발연좌시위를 벌인데 이어 8일 시민광장사수 범시민대책위 1차 궐기대회에서 박상진 김현석 한국당 소속 과천시의원이 삭발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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