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해병대원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이 경찰에 이첩된 지난해 8월 2일 이종섭 당시 국방 장관에게 3차례에 걸쳐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시점은 2일 낮 12시 7분과 12시 43분, 12시 57분이었고, 통화는 각각 4분 5초, 13분 43초, 52초간 이뤄졌다.
이날은 해병대 자체 조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날이다. 또한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첫날이었고,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해병대원 사망사건 조사결과 경찰 이첩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긴박한 현안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야권은 “수사 외압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며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보수지 조중동 신문은 30일 일제히 윤 대통령에게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자발적이고 즉각적인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30일은 여소야대 22대 국회가 개원한 날로, 과반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안을 1호법안으로 재상정한다는 입장이어서 윤 대통령의 처지는 갈수록 곤경에 빠지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윤 대통령이 채 상병 문제 국민에게 설명할 때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채 상병 문제 국민에게 설명할 때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며 "윤 대통령은 일선 부대 최고 지휘관인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를 물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도를 넘었다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무리한 조사 결과는 법적 권한을 가진 경찰 수사와 그 이후의 검찰 수사에서 얼마든지 걸러질 수 있었는데 이미 경찰에 넘어간 기록을 회수하는 바람에 불씨를 만들었다"며 "그 이후에도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총선 직전에 출국시켜 불을 더 키웠다"며 윤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밀어붙인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민주당은 이 특검법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등 야권이 22대 국회의 거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으니 못할 일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시 어떤 생각이었고 무슨 조치를 했는지를 국민에게 밝히면 이에 동의할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지금이 그때라고 본다. 시기를 놓치면 각종 억측이 꼬리를 물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윤석열-이종섭 통화…당사자들의 해명 필요하다'
중앙일보는 '윤석열-이종섭 통화…당사자들의 해명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두 번째 통화가 이뤄지는 사이 박 전 단장은 보직해임을 통보받았다"며 "단정하긴 이르나 박 전 단장의 보직해임이 윤 대통령의 전화와 관련이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추정했다.
또한 "그뿐 아니라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기 직전인 오전 11시54분쯤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유선전화를 받고 168초 동안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오전의 대통령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크게 화내자 회의 직후 대통령실의 모 인사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브리핑 취소 등을 요청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는 야당 측 질의에 '이 건과 관련해 통화한 게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당사자들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직접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 역시 공수처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실이 수사를 회피하거나 팩트를 감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여당 내부에서조차 특검 도입 여론이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정면 돌파하는 게 정도"라고 해명을 촉구했다.
동아일보 '채 상병 이첩 당일 尹-국방장관 전화 3통… 뭐가 그리 급했나'
동아일보는 '채 상병 이첩 당일 尹-국방장관 전화 3통… 뭐가 그리 급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사건은 20세 젊은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무리한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가려내고,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될 일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나'라며 질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여부를 가리는 쪽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급박한 일이 있었는지 대통령이 점심시간에 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윤 대통령이 급박하고 잇따라 장관에게 전화를 한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한 병사의 사망을 넘어 해병대 조사 과정의 외압 의혹, 진실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며 "지금 진상 규명을 가로막을 힘은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국방부 장관의 통화 기록까지 나온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기다려 보자'며 뒤로 빠질 수만은 없다. 설명을 내놔야 할 때가 됐다"며 즉각적 설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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