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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의 세상읽기] 계묘년, 사실을 알고 이치를 구한다 - 꿈틀미디어 대표 edmad5000@gmail.com
  • 기사등록 2022-12-26 11:07:35
  • 기사수정 2023-01-05 11: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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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은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새해를 맞이하면 친한 사람에게 연하장을 보낸다. 근하신년 새해 복많이 받으라는 기원을 보낸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가 담긴 표현을 쓴다. 송년의 유감이 담긴 사자성어는 많이 있다. 

송구영신, 온고지신, 법고창신, 고고증금, 자아작고, 도처작주 등 남이 그렇게 되길 빌면서 자신에 대한 바램도 담겨있다.


교수신문이 조사해 발표한 지난해를 돌아 보는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라고 잘 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자기의 잘못을 고치기는커녕 인정하지도 않고 옳다고 주장하고 타인의 잘못만 지적한다. 

그래서 아시타비니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고고증금(攷故證今)이라는 말은 추사 김정희가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실사구시잠의 첫머리에 나오는 한자성어다.




조선말기에 추사, 원당 김정희는 중국에 가서 학문의 경지를 높히고 돌아왔다. 중국의 스승이였던 옹방강이 보내온 편지를 읽고 실사구시잠을 지어 평생의 교훈으로 삼았다고 한다.


 "옛것을 상고하여 지금 것을 증명했으니/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도다/사실을 조사함은 책에 있고/ 이치를 궁구함은 마음에 있네/한가지 근원을 둘로 나누지 말아야/중요한 나루를 찾을 수 있다네/만권 서적을 관철하는 것은/다만 이 실사구시잠에 있다네(攷古證今/山海崇深/覈實在書/窮理在心/一源勿貳/要津可尋/貴徹萬卷/只此規箴)"



추사는 조선의 선비들이 훈고학에 빠져 현실을 못보고 있는 것을 개탄하면서 실사구시를 주장했다. 학문과 예술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신념으로 제자를 가르쳤다. 


중국은 1980년대에 국민들에게 대외정책의 주제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강조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 이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다. 그 실사구시주의에 힘입어 오늘의 중국으로 경제 성장을 하고 미국을 상대로 패권경쟁을 하는 경지에 올라왔다. 


조선이 유교의 성리학으로 500년 왕조를 이어 왔다고 하지만 조선 말기에 국제 정세의 변화와 자국의 현실을 판단하지 못하고 명리학에 갇혀 있던 조선조는 망국을 자초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급변한 세계 정세를 읽고 국력을 강화하고 조선을 침략해 왔다. 



실사구시와 실용주의적 판단과 외교는 우리에게 중요한 생존의 원리다. 실사는 사실을 잘 판단하는 뜻이고 구시는 오른 이치를 구한다는 뜻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쳐도 안 된다. 

현실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 현실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얻어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를 향해서 토끼처럼 뛰어가야 하겠지만 방향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 

국가와 기업, 단체와 개인이 냉엄한 현실을 바로 보고 빈틈없는 전략으로 대처해 가야 한다. 


그래서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 오는 송구영신의 시점에 자신을 냉철히 돌아보고 명철한 진로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밤을 새는 연합작전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개인은 거울 속에 있는 또 하나의 나를 설정하고 미래 전략을 비판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도연명은 그의 ' 형증영(形贈影, 몸이 그림자에게 주다)'이라는 시에 자신의 그림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신선처럼 계속 살 수도 없다. 그러니 너는 누가 술을 권하거든 구차하게 사양하지 말게나." 

도연명도 세상에서 혼자가 되어 유일하게 마지막 남은 벗인 그림자에게 말을 건넨 시다. 





세상일에 너무 애쓰지 말고 구차한 규율에 매여 살지 말고 자유인이 되라는 제언이다. 신경 쓰지 말고 술을 권하면 받아먹으며 취해서 헛소리도 하고 그렇게 살다 가자는 뜻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은 이미 뻔하게 다 아는 일이고, 세상 일은 그렇고 그런 것이니 그냥 내버려 두고 시 한 수와 술 한 잔으로 슬프면 곡을 하며 기쁘면 웃고 미우면 비웃고 화가 나면 욕하며 시와 주로 살자는 뜻일 거다. 


 계묘년은 나와 내 벗인 그림자를 어디로 이끌고 가서 무슨 연기를 강요할지 모른다. 

내가 과거에 양심도 없이 움직였을 때 내 그림자가 얼마나 나를 보고 비웃으며 따라 다녔을까. 돌아보면 창피할 뿐이다.

 앞으로는 그림자 벗에게 욕 덜 먹고 지내도록 해야겠는데 어찌 해야 할까. 나그네의 탄식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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