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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국정원에 온전히 돌려줘야 할 때이다 - 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채성준
  • 기사등록 2022-04-10 21:08:11
  • 기사수정 2022-04-15 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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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모태를 추적하면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수상인 벤구리온과 관련이 있다. 그가 영국이 국제연맹의 위임을 받아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공동체 지도자로 있으면서 민족 관계가 복잡하고 지역 특성상 정보방첩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정원은 1961년 5·16군사정변이 발생한 지 불과 사흘 후인 5월 20일 군사혁명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중앙정보부가 모체이다. 이는 혁명의 실질적 설계자이자 초대 중앙정보부장이 된 김종필이 혁명 이전부터 미국 CIA를 모델로 한 국가정보기관 설치 구상을 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후 많은 정치적 변동과 수차례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2차례의 명칭 변경과 더불어 조직 및 업무 영역에 있어 다소간의 조정이 있었을 뿐 큰 틀에서는 변화 없이 그 위상과 기능을 유지해 왔다. 2차대전 이후 신생독립국가에서 설립된 국가정보기관 중에 정체성을 지켜온 드문 사례에 속한다.

 

 조직의 수장이 현직대통령을 시해한 10·26사건 이후에도 건재하던 국정원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였다. 이른바 ‘19대 대선 댓글 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등의 여파로 ‘국내보안정보 부서’를 폐지한 데 이어 ‘안보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게 된 것이다. 당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까지 동원되었지만 결국에는 강행 처리되었다. 

  

이후 국정원은 사실상 ‘식물조직’으로 전락하였다. 사이버 및 산업 보안과 우주 정보 분야를 강화하였다고 하지만 허울에 불과하다. 사이버 및 산업 보안은 테러리즘 및 국제범죄 대응과 함께 이전부터 시행해오던 신안보 분야이고, 우주 분야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정보기관의 역할 측면에서 볼 때 해외정보 활동의 한 영역에 불과하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한일 무역분쟁이나 미중 무역전쟁 등에서 국정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결과가 도로아미타불이 된 걸 보면 북한의 대남전략과 미사일 및 핵 개발에 대해서도 이념적 편향에 영합해 수수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이제 5월 9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문을 닫는다. 다음날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 와 ‘한미동맹’을 기본 가치로 삼고 있다. 


그동안 이 기본 가치를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기관이 사실상 국정원이다. 비록 5년간 손발이 묶여 있다시피 했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전문성과 맨파워가 있기 때문에 바로 회생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그 수장을 어떻게 임명하느냐에 달려있다. 우선 외부인사는 정보기관의 생리와 조직 행태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꼭 외부인사를 기용할 필요가 있다면 윤석열 정부가 안정기에 들어갈 때이거나 최소한 외부에서 들어가 조직과 인사를 살펴본 사람 중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국정원은 우리나라 안보 특성 때문에 전 세계 어느 정보기관 못지않게 조직이 방대하다. 자칫하다가는 업무 파악을 하다가 허송세월 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그동안 방치되어 온 본연의 기능을 되찾고 조직을 신속하게 재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인사가 만사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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