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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지리산 반야봉을 오르며. 사진=박혜범 


새벽길을 서둘러 이지러진 달을 등불삼아 지리산 노고단 고개를 넘고, 아침 해가 비치는 이어지는 길고 긴 능선을 따라 반야봉(般若峰)으로 가는 길, 이슬이 깨인 숲길을 걸으며 만나는 수많은 삶과 죽음들, 날마다 오는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살아 있는 나무들과, 죽어 썩어 없어지고 있는 죽어버린 나무들을 보았다.


살아있는 나무들은 저마다 스스로 살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살아온 세월을 흔적으로 남기며 열심히 살고 있었고, 저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죽어버린 나무들은, 스스로 새겼던 살아온 그 많은 세월의 흔적을 다시 또 긴 시간 속에서 말없이 지우며 영원히 사라지고 있었다.


바람에 꺾여 죽어버린 커다란 나무 둥치를 안타까이 바라보는 이에게, 살아서는 바위틈에서 바위를 빽으로 믿고 그 몸을 사느라고 고생이더니, 죽어서도 바위틈에서 그 몸이 고생이라고 하였더니, 역시 지리산 반야봉으로 가는 길답게 삶과 죽음을 깨우치고 있다며 웃는다.




임걸령 능선에서 솟는 맑은 샘물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반야봉에 올라 바라본 한창 피고 있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과 말라 죽어버린 고사목들, 그리고 아름다운 꽃에 취해버린, 안내하여 함께 올랐던 이의 모습은, 그대로 어울린 아름다운 실상의 자연이었고, 쉼 없는 반야봉의 산상 설법이었다.


 바라건대 23년 전 안타까운 전복사고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까닭에,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것으로만 생각하며 단념하고 살고 있던 나를, 다시 반야봉으로 오르게 하였던 이가, 살아있는 지금은 살아있는 삶을 마음껏 즐기고,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라도 죽을 때는 죽는 일 자체를 즐기는, 그런 멋진 생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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