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메뉴 닫기
‹섬진강포럼› 한줌 재가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최고의 명당법(明堂法) 박혜범 칼럼니스트 2021-11-28 13:05:24
본시 나고 죽음이란, 맑은 하늘에 한 조각의 구름이 일었다가, 그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으로, 분별이 없는 공간에서, 잠시 분별의 공간으로 왔다가, 다시 분별이 없는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이 간단하고 간명한 일이, 이리도 힘이 들고 괴로운 일이어서야......


오래전의 일이다. 슬하에 딸들만 둔 어느 늙은 여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 딸들이 촌부를 찾아와 장례의 절차와 화장한 고인의 유해를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를 묻기에, (묘지를 조성할 수도 없고 임시로 조성한다 하여도 관리할 방법이 없음) 고인이 생전에 즐겨 찾던 산이나 강이 있다면, 그곳에 가서 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그것이 가장 존엄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며 권했었고, 특별한 곳이 없는 고인을 위하여, 촌부가 직접 어느 경치 좋은 산봉우리 솔숲에 모셔드린 일이 있었다. (봉분은 물론 어떠한 흔적도 일체 남기지 않았음)


그리고 그 딸들에게 언제든 어머니가 생각나거든, 아무 때고 편하게 차를 타고 찾아와, 건너편 길에서 바라보면 된다고 설명하여 주었고, 건너편 길에서 그 산봉우리를 보면, 어느 왕릉이 부럽지 않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명당이었다. 한마디로 산 자체가 묘지가 된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


촌부 역시 유일한 피붙이인 딸에게, 혹 언제라도 아버지가 죽거든, 애쓰지 말고 입고 있는 옷 그대로 화장하여, 죽은 자리에 뿌리면 된다고 즉, 산에서 죽으면 산에다 뿌리고, 강에서 죽으면 강물에다 뿌리면 된다고 농을 삼아 일러두고 있다.


특히 너에게 아버지의 딸로 만난 금생의 인연이 좋았다고 생각된다면, 그 마음속 좋은 기억으로 담아두면, 아버지는 그것으로 충분히 족하니, 허상인 49재를 시간과 돈을 들여서 지내려 하지도 말고, 해마다 오는 제삿날을 일부러 챙기려 애쓰지 말고, 너만 마음 편하게 잘살면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오늘 지난 23일 별세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이 있었고, 장지를 구하지 못하는 연유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유해는 연희동 자택으로 옮겨져 장지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모신다 하는데, 죽어서도 편하지 못하는 인생이 안타깝고, 죽어 한줌 재가 된 그 재마저 뿌릴 아량이 없는 인간사가 참 모질기만 하다는 생각이다.


불행 중 다행스러운 것은, 생전에 고인이 자신이 죽거든 무덤을 만들지 말고 화장해서 북녘 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 달라고 하였다하니 그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어떤 대통령처럼 황금빛 곤룡포를 염의로 입고 묻힌다 한들, 가족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어떤 사람이 서울역 노숙자로 죽는다 한들, 죽으면 반드시 치워야 할 냄새나는 썩은 시신일 뿐, 다 쓸데없는 일이고, 부질없는 사람의 허상 허영이다.


그가 누구든 죽으면 반드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것이 인간사이기에, 사람의 세상에서 찬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없고, 비난을 받지 않는 사람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게재한 사진은 오래전에 촌부가 발굴한 것으로, 산중의 절집에서 승려들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죽으면, 그 시신을 불에 태워 남은 뼈들을 수거하여, 가루로 곱게 빻은 후, 새들이 먹기 좋게 밥에 버무려서, 숲속 새들의 먹이로 뿌려주며 무상게(無常偈)를 읊던, 전통적인 조장문화(鳥葬文化)의 유물이다.


부연하면, 화장(火葬)과 조장(鳥葬)을 혼용한 이 조장문화는, 예로부터 전하는 장례풍습과는 다른 독창적인 것으로, 자칫 두렵고 혐오스러울 수 있는 인간의 죽음 앞에서, 죽은 자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 주변의 자연환경도 훼손하지 않으며, 마지막 죽은 시신을 새들의 먹이로 회향(回向)하여, 이승의 인연을 간결하면서도 깨끗하게 마무리를 짓는 가장 완벽한 장례문화다.


특히 오늘날 시신을 화장하여 안치하는 영탑원(靈塔園)과 납골당(納骨堂) 등, 수 백, 수 천 만원의 비용 지불로, 유가족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허례허식과 돈벌이의 수단이 돼버린 것은 물론, 가뜩이나 좁은 국토를 좀먹게 하고 있는, 잘못된 장례문화를 해결할 수 있는 모범 답안으로, 옛 사람들이 현명했다는 생각이다.


본시 나고 죽음이란, 맑은 하늘에 한 조각의 구름이 일었다가, 그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으로, 분별이 없는 공간에서, 잠시 분별의 공간으로 왔다가, 다시 분별이 없는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이 간단하고 간명한 일이, 이리도 힘이 들고 괴로운 일이어서야......


너나 나나 살아있는 사람들이나 죽은 사람이나, 다 부질없는 인간세상의 허물이고, 인간들만이 겪는 고통이며 징그러운 업보다.


오늘 고인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시신을 화장하여, 연희동 살던 집으로 모시고 간 유가족들에게 촌부가 조언을 드린다면, 고인이 무덤을 남기지 말고 뿌려 달라하였으니, 고인이 즐겨 불렀다는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를 상여소리로 삼고, 무상게로 삼아 부르며, 고인이 원했던 북녘 땅이 훤히 보이는 임진강 어느 강변에, 또는 어느 산봉우리에, 고이 뿌려드리기를 권한다.


만일 촌부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생전에 고인이 좋아하던 밥을 지어, 그 유해를 버무려서 뿌려드리겠다.


그곳이 임진강이라 한다면, 임진강 물고기의 밥으로 던져, 영원히 임진강이 되게 하고, 철원 어느 들판이라면,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는 새들의 먹이로 던져 자유로이 남북을 오가는 전설이 되게 하고, 어느 산봉우리라면, 그 봉우리에서 그 산과 함께 영원한 전설이 될 것이니, 고인의 바람대로 할 것이다.


그것만이 그곳만이 인간들의 시비로부터 떠나고, 통일이 오는 날을 지켜보고 싶다는, 고인이 생전에 바랐던 소원을 그대로 받들어 유지하며 지키는, 최고의 명당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허상인 묘지를 만들어 세세생생 사람들로부터 시비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일이며, 무엇보다도 인간 전두환 전직 대통령 전두환다운 것이며, 영원한 전설이 되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사전에 공개하지 말고 유해를 뿌린 후 어느 날 어떤 곳에서 어떻게 뿌려드렸다고 밝히면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혹 국가에서 허락하여 묘지를 만든다하여도, 어차피 전두환의 묘지는 끊임없는 시비의 대상이고, 훼손되어 능멸을 당할 것이기에, 모든 시비를 떠나 영원히 전설이 되는 것이므로 유가족들이 깊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과천시청재즈피크닉

스토리&토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