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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폐허 위를 걸으면 얻는 위안이 있다”라고 했다.

낡은 유적지를 거닐다보면 옛사람의 고된 노동이 생각나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묵묵히 결과물을 만들어낸 민초들의 삶의 흔적과 투철한 장인정신 같은 게 위안이 된다.


청도 석빙고에서 느끼는 것도 작지않은 그런 위안이다.


석빙고 입구에는 청도 석빙고를 기록한 작은 비석이 하나 서있다.

앞면에는 “공사에 4개월이 걸렸고 5000여명이 부역을 했으며 승려 600여명이 돌을 날랐고 석공 야장 목수 등 기술자 16명이 참여했고 쇠 1400여근과 회 384섬이 들었다”는 내용이다. 

뒤에는 비를 세운 연월일이 적혀있고 공사에 관여한 인물들의 직책과 이름이 열거돼있다. 

연구자들은 그 가운데 박상고라는 사람의 생몰연대로 미뤄 청도석빙고를 만든 게 숙종 39년, 1713년임을 알아냈다. 


신라시대부터 석빙고를 만드는 기술이 있었으니 그들에게는 기술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들은 그 무거운 돌을 옮기고 쌓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부실하게 지으면 얼마나 가혹한 처벌을 받을지 몰라 서로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이 300년 동안 이 땅에 뿌리박고 지켜온 것이 대견하다. 

보물로 지정된 훌륭한 건축물을 보기 위해 후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니 흐뭇한 일이다. 


청도 석빙고를 걸으며 이런 생각에 마음이 편안하다.


 우리도 이름 없는 석공이고 일상에 찌든 직업인이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300년 된 느티나무나 회나무처럼 뿌리 튼튼하게 후손들에게 이어지는 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이 나에게는 다소 위안이 된다. 


돌로 돌을 맞대고 300년을 아치형으로 버텨온 청도석빙고. 사진=이슈게이트 


 청도군 설명에 따르면 청도 석빙고는 청도읍성 동문 구릉에 위치하고 있다.

 규모는 길이가 14.75m, 넓이 5m, 높이 4.4m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석빙고 중 제일 오래되고 규모 또한 큰 빙고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6기의 석빙고가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석빙고의 입구 좌측에는 축조 연대와 인력, 공정 기간 등을 알 수 있는 비가 세워져 있다.

아치 모양으로 된 홍예보 위에 넙적한 바위가 올려져 있다. 아치형 돌이 무너지지 않고 300년을 버텨온 것은 건축 과정에서 쇠와 회를 넣은 특수기술 덕이 아닌가 싶다. 사진=청도군청

청도석빙고는 화강암을 지하에서 아치 모양으로 틀어 올려 그 위에 다듬은 돌로 홍예를 만들고 흙을 덮는 형태로 만들었다. 집채 만한 돌은 남산골에서 석빙고 옆 동천에 이르기까지 지천이다.

입구는 서쪽으로 하고 있으며 동서방향으로 놓여 있어요. 

석빙고는 겨울철에 자연 얼음을 저장하였다가 봄, 여름에 사용하였던 얼음 저장고였다. 




청도석빙고 내부 모습. 바닥과 사방벽이 모두 돌이다. 바닥 가운데 낮은 쪽으로 배수로가 설치돼 있다. 사진=청도군청 



여기서 냉동된 얼음 각 지역에서 올라온 진상품을 운반할 때 음식물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사용됐다. 

현재는 원형을 일부 잃어버리고 봉토 역시 모두 유실돼 천장이 개방됐다. 

그럼에도 큰 돌로 맞대 만든 아치 형태의 홍예보는 튼튼하다. 


몸을 낮춰서 쳐다보면 네 줄의 아치형 돌들은 가을밤 초승달처럼 솟아 올라있다. 



석빙고에서 남산쪽으로 5분 가량 걸어올라가면 청도향교가 나온다. 조선 영조 10년 1734년에 현재의 위치인 화양읍교촌리로 옮겼다고 한다. 사진=이슈게이트



300살 된 우람한 느티나무가 청도 향교를 지키고 있다. 사진=이슈게이트 



청도 석빙고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새단장한 청도읍성이 나온다. 고려시대부터 석성과 토성으로 있었으나 조선 선조 때 석축으로 다시 쌓았다. 임진왜란 때 석축이 파괴됐고 일제시대 때 성벽이 헐리고 문루도 제거됐다고 한다. 청도 읍성은 역사의 아픔이다.  사진=이슈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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