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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의 일침› 야당 완패 총선, 12년 전에도 있었다 - 수도권 민심 얻는 정당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어
  • 기사등록 2020-04-17 14:10:54
  • 기사수정 2020-04-20 18: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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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더블스코어로 진 총선은 12년 전에 한 차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첫 해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은 지역구 245개 의석 중 66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여당 한나라당은 무려 두 배인 131석을 얻었다.


비례대표마저 한나라당이 압도했다. 

한나라당이 22석, 민주당 15석이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하면 한나라당은 153석인 반면 민주당은 81석에 그쳤다.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이었다. 

무소속 당선자가 25명이었다. 


진보진영은 다 합쳐봐야 개헌저지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참혹한 총선성적표는 국회를 장악한 여당 열린우리당의 오만과 자만심의 대가였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한복판에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은 과반(152석) 의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121석이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을 차지하자 완장을 찬 것처럼 국보법 폐지 등 4대 입법전쟁을 벌이면서 민심이반을 자초했다.

그 결과 2007년 12월 대선에서 500여만표라는 역대급 표차이로 대패하고 이어 5개월 후 총선에서 역대급으로 참패한 것이다.


정치는 민심에 좌우된다. 민심은 권력의 남용에 분노하고 마음에 차지 않으면 뒤집어버린다. 

민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것이 정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총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이 반면교사였다.

 완벽하게 국회를 장악했지만 힘은 쓰지 못했다. 


여러 요인이 겹쳤다.


총선 직후 미국쇠고기 파동이 일어난 것은 주요한 변수였다.

유모차부대가 광화문에 나오면서 이 대통령이 사과하고 출범 4개여월 만에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하기까지 했다. 

여당의 내부분화도 한 요인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 내 박근혜 세력이 암투를 벌이면서 세종시 이전 문제 등을 두고 사사건건 다퉜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것도 한 요인이었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벌어지면서 친노세력이 결집하고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동력이 상당히 상실됐다.


결국 실용적인 이명박 정부는 낮은 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기조를 ‘공정’으로 바꿨다. 


그나마 그 결과 2010년 6월 5대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에서 6대7로 지는데 그쳤다.


하지만 패배는 잇달아 찾아왔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여당 나경원 후보가 야당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홍준표였다. 


한나라당에 위기가 닥쳤다. 

내리막길이 본격화할 국면에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이 홍준표 체제를 무너트렸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겨우 한나라당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나마 박근혜라는 선거의 여왕 존재로 한나라당은 기사회생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김종인 전 장관을 영입해 쇄신을 한 결과 총선에서 다시 이겼다.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127대 106으로 눌렀다. 


그러나 이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을 이겨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은 새누리와 민주가 16석 대 30석이었고 경기는 21석 대 29석이었다. 


21대 총선 대첩의 주춧돌을 이 때 놓은 것이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도 청와대궁에 들어가면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버리고 말았다.


2016년 20대 총선은 오만해진 박근혜 정부의 진박논란이 자초한 패배였다. 

공천파동이 벌어지면서 1당 자리를 야당에 내줘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이었다.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 105석 대 민주당 110석으로 차이가 더 컸다. 



더구나 서울에서 12석 대 35석으로 지고, 경기도에서 19석 대 40석으로 패배했다. 

민주당의 수도권 장악이 가속화한 것이다. 


뼛속 깊은 오만이 화를 부른 것인데 진박논란 공천파동의 결과는 유례없는 치명상을 불렀다. 


새누리당이 분열되면서 박근혜는 탄핵심판대에 올라 사상초유로 탄핵됐다. 

이 여파로 자유한국당은 2017년 대선에서 완패하고 2018년 홍준표가 지휘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지리멸렬했다. 


이러한 정치적 쓰나미가 결정적으로 2020년 총선의 수도권에 덮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했지만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치고 완패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은 수도권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민주당은 이번에 수도권 121석 중 103석(서울 49석 중 41석, 경기 59석 중 51석, 인천 13석 중 11석)을 싹쓸이했다. 

수도권은 지역구 득표율이 53%대 41%로 13%포인트 차이였지만 의석수는 이처럼 차이가 많이 났다. 

 

민심은 배를 띄웠다가 가라앉히기도 한다. 


12년 전 찌그러들었던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공룡정당이 됐다.

12년전 공룡정당이었던 보수정당은 이번에 겨우 개헌저지선을 턱걸이했다. 


통합당의 역대급 패배는 민심을 읽지 못한 대가이고 업보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보수진영이 연속 두 번 승리하고 진보진영이 연속 두 번 승리했다. 


민심은 정확하게 2대2로 균형을 맞췄다.


이 같은 일련의 엎치락뒤치락 선거결과에 비춰보면 선거 민심은 특정정당에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대의 풍향에 따라 어느 정당을 많이 지지하다가 권력이 오만해지고 무능하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심판을 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민심을 장악하는 정당이 총선에서 이긴다. 

민주당은 수도권이 총선 승패의 시작과 끝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다음 선거는 내년부터 선거전이 시작될 2022년 대선이다. 

다음 대선은 대선주자의 숫자나 문재인정부 지지도 등에서 볼 때 민주당이 유리하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통합당이 절망만 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민심의 심판에 대해 반성하고 분골쇄신의 재건작업을 거듭해야 한다. 

정책 투쟁을 통해 대안정당으로 탄생해야 한다. 

입으로만 설쳐대는 정치인들을 내부에서 솎아내는 자정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돼야 한다. 


그래야만 수도권에서 이기는 때가 올 것이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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