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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의 존재는 국회의장이기 때문에 빛난다. 대통령을 눈 아래에 두고 높은 의자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도록 하는 것은 단지 그가 국회의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들이 들고날 때 높은 의장에 앉은 국회의장에게 목례를 하는 것은 돈이 많고 벼슬이 높아서가 아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장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의사 표현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역대 국회의장은 그 직을 마치면 대부분 정계를 은퇴했다.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이런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국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역대 어느 국회의장도 국무총리로 간 사례가 없다.  



7일 국무총리후보자로 인사청문회장에 선 정세균 전 국회의장. 사진=YTN캡처


7일 전직 국회의장 정세균은 총리후보자로 인사청문회장에 섰다. 

그는 의원들이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추궁에 변명을 해야 했고, 소득세 양도세 탈세의혹에 대해 구차하게 설명해야 했고, 자료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끝없는 해명을 해야 했다. 

전직 국회의장의 권위는커녕 추레하고 딱한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의 국무총리 후보자로 선 것에 대해 “삼권분립은 '기능의 분리'가 맞지, 입법부에 속한 사람은 행정부·사법부를 못 가고 사법부에 있는 사람은 입법부·행정부에 못 간다는 '인적 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또 "현직 국회의장이 가면 문제가 되지만 전직이 가는 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투로 말했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삼권분립의 정신은 인적교류의 문제가 아니다. 전직 장관이 국회의원이 되고 현 국회의원이 행정부 장관이 될 수 있다. 법으로 허용돼 있다. 

하지만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로 옮기는 것은 법 이전의 문제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회의장은 국회의 얼굴이자 상징이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내각을 통할하는 자리다. 쉽게 말해 대통령의 부하다. 

정 후보자의 행동은 결국 국회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국회의장의 자격으로 해외순방에 나섰던 사람이 앞으로 국무총리로 해외순방에 나서게 된다. 외국의 정상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텐가. 러시아가 대통령을 하다가 국무총리로 갔다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답할 것인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짜르 황제 푸틴’의 러시아 수준으로 후퇴해도 괜찮다는 의미인가. 


정 후보자의 국무총리행은 이 나라를 위해 큰 희생이거나 발전의 주춧돌을 놓는 사례라기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추레하고 볼 품 없는 권력욕으로 비쳐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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