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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님이 나머지 임기의 절반을 시작하고 깊은 어둠이 달을 삼켜버린 오늘 시월 열나흘 밤 지금 천지에 먹구름 가득하고 요란한 천둥번개로 비바람을 몰아치며 세상을 흔들고 있는 하늘의 뜻을 아는 이 누구인가”


 

아침에 뜨는 해는 저녁이면 반드시 지고

태어나는 것들은 반드시 죽고

피어나는 꽃들은 반드시 시들어 지고

달은 차면 반드시 기울어지는

이 모든 일들은 불변의 이치다.

 

나면 죽고 차면 기우는 쉼 없는 일들이 일상의 일임을

내 모르는 바 아니지만

왜 하필이면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로 드는 입동(立冬)의 시절이 지금이고

둥그러지는 달이 차서 기울어가는 열나흘이 오늘이고

5년의 임기 가운데 어제로 꼭 절반을 보낸 나라님이

나머지 임기의 절반을 시작하는 날이 오늘인지

 

왜 하필 시절이 지금이고

그날이 오늘인지

가만히 지금과 오늘의 일들을 헤아려보면

묘하다.

하늘의 뜻이 참으로 절묘하고 신묘하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다.

봄꿈을 꾸며

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입동은 삼동의 혹한으로만 들뿐

옛 사람들은 혹한이 극에 이른 그곳에

세상의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의 봄이 있음을 알고

겨울로 드는 입동의 시절에

봄을 맞이하는 채비하여 길을 떠났다

 

그러므로 입춘의 봄으로 가는 기회와 시작이

바로 지금이고 오늘인데

봄꿈을 꾸며 기다리고 있는 우리네 사람들은

저자거리에서 시답잖은 자신들의 봄꿈을 떠벌릴 뿐

아무도 봄이 오는 세상으로 가지 않는다.

 

나라님이 나머지 임기의 절반을 시작하고

깊은 어둠이 달을 삼켜버린 오늘 시월 열나흘 밤 지금

천지에 먹구름 가득하고

요란한 천둥번개로 비바람을 몰아치며

세상을 흔들고 있는 하늘의 뜻을 아는 이 누구인가

 

좋은 시절이 오면

그리운 이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하였는데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는 오늘 바로 지금이

참 좋은 시절이고 좋은 날이다.


 

섬진강이 밤새 삼키지 못한 안개를 토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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