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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에세이› 땅위의 낙엽은 어디로 가야하나 - 꿈틀미디어 이동한 대표 전 세계일보 사장
  • 기사등록 2019-11-09 08:54:37
  • 기사수정 2019-11-10 00: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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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명예와 재물을 탐하고 친구와 이성과 자식에 대한 애착심을 가질수록 온갖 번뇌가 안개처럼 일어나고 허깨비에 홀려 허깨비의 종이 되어 살게 된다”



여의도 공원에는 노란색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땅위에 떨어져 쌓이고 있었다. 눈보라가 치면 땅에 떨어진 단풍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상념이 계속 일어났다. 




여의도공원은 옛날엔 5·16 광장이었다. 해마다 군사 퍼레이드와 종교집회가 광장에서 열렸다. 1999년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공원이 조성되어 여의도 공원이라고 부르게 됐다. 


공원이 조성되고 20년이 지나면서 생태계 숲이 조성되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과 각종 문화 행사 마당이 되었다. 공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엽들을 보면서 유한한 인생의 무상을 생각했다.


인생은 항아리 속에 든 수천마리의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면서 인생은 허깨비라고 탄식한 한시가 생각났다. 


"애석하다/ 나나 저들이나 모두 허깨비 세상에서 /허깨비로 살아가고 있다/ 저들이 어찌 허깨비 몸으로 허깨비 말을 타고 /허깨비 길을 내달리며 허깨비 기술을 잘 부려/ 허깨비 사람으로 하여금 허깨비 일을 구경하게 하는 것이 /허깨비 위에 허깨비가 다시 허깨비를 더하게 하는 것임을 알겠는가" 


고려시대 공민왕의 스승으로 만년에 강진 도암면의 용열암에 은거했던 진정국사 천책의 호산록에 있는 한시다. 

허깨비 세상에서 허깨비 인생들이 허깨비 같은 짓을 하며 헛된 꿈을 꾸며 살다가 죽는다.  부귀와 도락에 취해 세월을 탕진하지 말고 헛꿈에서 깨어나라는 뜻이며 대부분의 중생이 허깨비처럼 살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방랑시인 김병연 김삿갓은 1807년에 태어나 57세가 되도록 세상을 떠돌며 많은 시를 남겼다. 그의 시 간경인생무상(看鏡人生無常)은 허무한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백발 백두의 당신은 옛날 내 모습이 아니로구나/나 또한 청춘에는 옥 같이 고운 사람이었다/주량은 점점 늘어나고 금전은 다 써 버렸는데/세상사 비로소 겨우 알 듯 하니 어느새 백발이 성성하구나" 


세월은 떠도는 나그네도 늙게 만들었다. 나도 옛날에는 백옥같이 젊었을 때가 있었다. 비바람 맞으며 방랑생활을 하다 보니 술 마시는 양은 늘어났지만 돈이 떨어져 가난해졌다 이제 조금 세상의 이치를 알만한데 백발노인이 된 것이 한스럽다. 인간의 근심과 걱정은 집착과  욕심 때문에 생겨난다. 




권력과 명예와 재물을 탐하고 친구와 이성과 자식에 대한 애착심을 가질수록 온갖 번뇌가 안개처럼 일어나고 허깨비에 홀려 허깨비의 종이 되어 살게 된다. 보통 사람은 아무리 수행을 해도 욕망과 집착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허깨비 인생 떠돌이 인생을 살다 갈 수 밖에 없다. 여의도 공원 한 바퀴를 거의 돌았다. 그러나 최후까지 나뭇가지에 붙어 타오르다 땅에 떨어진 낙엽들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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