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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세이›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사랑의 화음은 - 섬진강 포럼 박혜범 칼럼니스트
  • 기사등록 2019-11-09 08:32:26
  • 기사수정 2019-11-11 12: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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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느끼며 도달하여 가는 완벽한 사랑의 화음이라는 것이, 무엇이어야 한다고 또는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고, 악기마다 다른 성질의 음색이 있듯 사람마다 각각이다”




이 우주에서 인간이 누리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사랑의 화음은

모든 것들을 초탈해버린

몰아적인 오르가슴으로 도달하는 절정의 순간이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

영혼까지도 자유로운 진공의 상태에서

둘이 서로 화답하며

만끽하는 오르가슴으로 도달하는 절정의 순간이다.

 

서로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모든 것들이 비워진 마음속 무한한 공간에서

완벽한 화음을 이루며

전율하는 오르가슴으로 도달하는 절정의 순간이다.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는 백걸 김만근 선생과 오랜 세월을 벗으로 지내오고 있는 연유로, 이따금 서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 겸 안부를 묻는 전화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뭐 특별하게 할 말은 없지만, 마음 켕기는 날이면 안부 겸 전화를 걸어 허물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내오고 있는데, 위 글은 며칠 전 야심한 밤에 홀아비 둘이서 적적한 세월을 어찌 보내며 늙고 있느냐고, 서로를 위로하며 주고받은 야한(?) 이야기들의 결론을, 글쟁이인 촌부가 글로 정리해본 것이다.

 

이 우주에서 인간이 누리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사랑의 화음을, 글쟁이가 글로 표현하여 내고, 환쟁이가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이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하려고 들면 아무나 쉽게 못하는 어렵고 난감한 일이 이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며 도달하여 가는 완벽한 사랑의 화음이라는 것이, 무엇이어야 한다고 또는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고, 악기마다 다른 성질의 음색이 있듯 사람마다 각각이고, 뿐만이 아니고 같은 사람이라 하여도, 젊어서 안다는 것과 공감하여 느끼는 것이 다르고, 늙어서 안다는 것과 체감하는 공간이 다른 것이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막론하고 몸으로 체감하고 마음에 투영된 것들을 글과 작품으로 표현하는 일이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이 누리는 완벽한 사랑의 화음이라는 것을 늙어서 돌이켜보니, 젊은 날 힘으로만 느끼고 표현했던 것들이 실체와 실상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늙은 지금 뭘 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늙으니까 마음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일들이 더 어렵다는 결론을 짓고, 둘이서 씁쓸하게 웃었는데.....

 



모든 현실과 생각들로부터 벗어나고, 다 비워버린 자유로운 진공의 상태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는, 백걸 김만근 화백의 작품(바보생각 15)과, 마치 붉은 색이 너무 진하여 번져버린 것처럼, 한 송이 몽환적인 붉은 장미꽃을 우연히 함께 보다가, 며칠 전 야밤에 둘이서 주절거렸던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서, 거창하고 그럴싸한 제목으로 공허한 글을 지어놓고 보니, 어느새 삼경 야밤이 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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