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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만조사', 만나서 좋은 사람들 우리의 관계가 그렇다. 수십 년을 만나오면서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한결같은 만남 속에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힘이 되는 관계이다.

1박 2일로 5명의 여인들이 속초를 향해 떠났다. 영랑호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산책에 나섰다. 영랑호 범바위에서 바라본 울산바위는 위엄가득 위풍당당 뭔지 모를 뭉클함이 있었다. 또한 얼마 전 휩쓸고 간 화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음을 보면서 군데군데 불꽃이 넘실거렸을 거라 생각하니 두려움과 가슴 먹먹함이 있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60~70년대 지붕개량이 되기 전 우리 고향마을 초가집들이 자주 불났다. 동네 남녀노소 모두 발을 동동거리며 양동이에 물 이고지고 달려가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삶도 자연의 섭리도 때론 예측불허로 우리를 긴장시키기도 당황스럽게도 한다.




언젠가 고통의 흔적은 사라지고 희망의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 저녁은 속초시장으로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단호박식혜, 오미자식혜로 갈증을 해소하고 감자전 가게에 들어갔다. 착한가격이었다. 감자전을 시켜 놓고 기다리는데 우리옆 자리에 청년이 혼자 감자전과 막걸리를 시켜 먹으면서 혼자 먹기에 감자전이 많다며 우리보고 드시란다. 마다할 여인들이 아니다. 젊은이에게 감사하며 감자전 두 접시 시켰는데 한 접시 취소하고 새우튀김과 맛나게 먹고 나와 숙소로 갔다. 평소 근검절약이 몸에 습이 된 여인들답게 낭비란 있을 수 없다.



대화의 꽃은 다양하고 화려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늦은 밤까지 얘기가 계속되었는데 이번엔 일찍 다들 잔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아침이다. 난 혼자 숙소를 나와 범바위에 올라 울산바위 바라보며 가족의 안녕과 모두의 안녕을 위해 잠깐 호흡을 가다듬었다. 좋았다. 범바위를 내려와 영랑호 둘레길을 두 시간여 걸었다. 아침운동을 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영랑호 둘레길도 정스럽다. 백로도 무리지어 한가롭다. 범바위의 당당함도 멋스럽다.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울산바위의 웅장함과 위용은 더할나위 없다. 



숙소로 돌아와 누룽지 끓여 아침먹고 또 수다, 숙소에서 나와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카페로 갔다. 하루종일 얘기꽃을 피운다. 참 신기하다. 뭔 얘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질까? 이것이다. 편안함이다. 무엇도 허물이 되지 않는 우리들의 관계인 것이다. 서로의 신뢰가 바탕이 된 과함도 모자람도 없는 만남인 것이다.

작은 것에도 서로 감사하며 알뜰살뜰 살아가는 모습들에 우린 서로 자신을 가다듬고 격려하며 힘을 얻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인과관계가 순조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우린 나라를 걱정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을 가질려고 노력한다. 안될까? 어려운 일일까? 왜 이럴까? 하며 말이다. 우린 나름 결론으로, 믿고 우리부터 잘 하자다. 세상사 대부분이 인과의 법칙이다. 나로부터 비롯됨을 알고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탓은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관계가 지속될 수 있길 염원하며 우리의 발이 되어준 영원한 막내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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