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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147) 괴물 아베를 이기려면 MB가 반면교사다
  • 기사등록 2019-07-22 16:07:08
  • 기사수정 2019-07-27 22: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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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최초였다. 이 전 대통령은 전혀 예고 없이 헬기를 타고 독도를 찾았다. 경계근무 중인 독도경비대원들과 독도 현지 주민들을 만났고 방명록도 남겼다. 한국령이라고 표기된 독도 표지석을 손으로 만지는 장면도 연출했다. 

"독도는 최후방 우리 영토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영토를 온건히 지켜야 합니다." 70분의 방문 시간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당시 일본의 영토침탈행위가 심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2012 방위백서’에 독도 관할부대를 명기하면서 국민감정이 들끓었을 때였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도 한 이유였다. 

반일감정을 고취시켜 국정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이 대통령의 의도는 어느 정도 적중하는 듯 했다. 

새누리당은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보수언론도 지지했다. 일부 연예인이 나서 독도까지 헤엄치는 이벤트도 벌였다. 

지지율도 상승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전(8월 2주·20%)보다 6%포인트가 오른 26%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일감정의 결정판인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수많은 후유증을 낳았다. 약간 오른 지지율은 다시 급락했고 일본은 기회를 놓칠세라 우파들이 결집하면서 일본 정국엔 강경우파들이 득세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어 나온 일왕에 대한 위안부 사죄 요구 발언으로 인해 일본 내에선 혐한론이 들끓었다.



이 대통령 독도방문 이후 최악의 흐름은 아베 신조 총리의 등장이었다. 그는 2007년 1년간의 짧은 총리직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따른 일본 내 반발 기류에 편승해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가 되고 2012년 12월 일본 총리에 취임했다. 그 이후 7년 만에 그는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고 우리 숨통을 죄고 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반일감정 표출이 독도방문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베 총리가 그렇게 쉽게 재등장할 수 있었을까? 이 대통령의 즉흥적인 독도방문이 오늘 아베의 핵심소재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역사라는 다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1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이 최악의 결정을 한 게 독도 방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인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냥 실효적 지배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이것을 정면으로 거슬러서 자신의 지지율이 추락하니까 독도 방문 이벤트를 통해서 이 문제를 국제 문제화한 이명박 대통령의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한일 관계는 역사의 악연으로 인해 감정이 한 순간에 고조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런 이웃을 만난 것은 숙명이니 이성적으로 잘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일 감정으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들은 반일감정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그 중 유독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조국 민정수석이다. 연일 ‘매국적’‘ 이적행위’ ‘친일파’라는 발언을 쏟아내고 ‘죽창가’를 등장시키고 있다. 야당이 “유치한 편가르기”“총선 앞두고 친일파 프레임으로 낙인찍기”라고 반발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8월 광복절을 5일 앞두고 독도를 방문하자 당시 야당(민주통합당)은 반일감정을 정치에 이용할 것 대해 강하게 견제했다. 

이해찬 당시 대표뿐 아니라 차기 대선을 준비하던 경선 후보들도 비판 입장을 냈다. 문재인 캠프에선 “대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진선미 대변인)고 견제구를 날렸다. 정세균 후보는 “반일 감정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독도 문제는 일본보다 더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우상호 최고위원은 “일본을 자극하고 국제사회를 기만하려는 것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고 나무랬다. 심지어 정청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고 얘기했다”면서 “(독도 방문은) 이게 무슨 외교냐 ‘똥볼’ 차기지”라고 말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게 이성의 모습이라면 요즘 민주당과 청와대의 일부 태도는 그 반대다. 의병이나 국채배상 운동, 동학농민운동의 죽창가를 언급하지만 이러한 감성적인 언어들은 비장하기는 해도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이다. 구한말의 비참한 국난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 국민들이 그 참담한 역사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도 좋다는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처럼 감정을 누르지 못하거나 즉흥적이고 혹은 지지율 같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행동해서는 한일관계의 바둑판에서 이길 수 없다. 외교관계는 감정으로 이길 수 없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근무자, 민주당 당직자들은 반일감정은 속에 숨겨 놓고 이성과 합리성으로 괴물 아베의 경제보복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국익을 위해 그길은 따라가선 안되는 나쁜 반면교사인데 현재의 흐름을 보면 감정적인 길로 가는 것 같고 MB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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