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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142) 4년 전 ‘박근혜 대 문재인 영수회담’의 추억
  • 기사등록 2019-05-16 06:43:33
  • 기사수정 2019-05-18 20: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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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담한 것은 2015년 3월17일이었다. 둘이서 마주한 것은 아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낀 3자 회담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통령 여야 대표회담’이라고 낮춰 불렀지만 문 대표는 ‘청와대 영수회담’으로 호칭을 격상시켰다. 당시 박 대통령이 중동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여서 문 대표는 “중동 순방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다니 다행”이라는 인사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경제와 안보에 대해  식견을 과시하며 써온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요지였다. 

“우리 경제가 너무 어렵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가 정말 힘들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파기됐고 오히려 재벌과 수출대기업 중심의 낡은 성장정책이 이어졌다. 그 결과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총체적인 위기다. 가계가처분 소득을 높여줄 근본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경제정책을 대전환해서 소득주도성장으로 가야한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자본소득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며 경제적 관점에서 남북관계에 접근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활로도, 통일대박의 꿈도 남북관계 개선에 있다.” 



당시 문 대표는 제1야당대표로서 대통령 면전에서 할 말을 다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내용이 신랄했기에 박 대통령이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경제적 성과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인데도 외형상 경청했던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당시 야당대표이던 문 대표는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뒤 박 대통령 앞에서 공언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고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지난 2년 간 성과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근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효과가 나타나 거시적 총체적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G20 국가 중 한국은 상당히 고성장 국가”라며 “청년실업률이 아주 낮아졌고 상용 근로직이 많이 늘고 노동의 질도 좋아졌다. 1분위 노동자와 5분위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역대 최저로 줄었다”고 했다.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제1야당의 생각은 정반대인 것 같다. 황교안 대표는 “반도체 부진으로 수출은 무너지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30·40대 일자리쇼크에다 소득격차가 13년 만에 최악으로 나빠지고 최저임금제 충격으로 자영업이 무너져 빌딩마다 빈상가가 넘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관점은 이처럼 차이가 난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견제하고 요구하는 야당 대표와 국사에 책임을 지고 결과로서 평가되는 대통령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진국치고 제1야당을 무시하고 일방통행 국정운영을 하는 곳은 없다. 싸우면서도 만나 의견을 듣고 이견 차이를 줄이고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이 정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여당 수석대변인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청와대 회담을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부산물인양 몰아붙인 것에, 그 독선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귀 막힌 사람이 권력 주변에 많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철학자 헤겔이 말했다. 문 대표가 박 대통령 취임 25개월째 시점에 청와대에서 만났고, 이제 문 대통령이 취임 25개월째에 제1야당 대표로부터 단독회담을 요구받고 있다. 역사가 좋은 쪽으로 선순환 되도록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그 땐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역사의 발전성에 비춰보면 1대1 회담을 못 할 일이 아니다. 

4년 전 청와대 회담에서 문 대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된 권력은 섬기는 것”이란 말을 인용하며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 말은 이제 문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이 칼럼은 에너지경제신문 5월16일자 ‘전문가 시각’에 ‘야당대표와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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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5-18 20: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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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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