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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진행된 KBS 송현정 기자의 대통령 인터뷰 파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감정과잉 현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과 진보진영 지지자들은 송 기자의 질문태도를 두고 도가 지나치게 비난하고, 일부 언론은 일본의 아베 총리와 비교해 볼 때 문 대통령의 품격이 돋보인다는 용비어천가를 날리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송 기자의 신상 털기를 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터뷰에서는 받아 적기만 하였다는 가짜 사진이 나돌고 있다. 



결코 정상이 아니다. 6·10 항쟁과 6·29 선언을 거쳐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이후부터 한국 대통령은 더 이상 제왕이 아니다. 5공화국 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여당 총재를 겸하면서 국회와 사법부까지 지배하는 제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비록 군부정권의 연장이라고 욕을 먹기도 하는 6공화국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물통’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도 이 폐습을 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였다. 그 이후 이른바 문민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김영삼, 민주화의 화신임을 자부하는 김대중, 그리고 탈 권위의 상징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잘못된 권위주의가 희석되고 탈색되어 온 게 사실이다. 혹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 과거로 돌아가고 말았다지만, “쥐박이”니 “닭그네”와 같이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말들이 공공연히 회자되었는데도 그 때문에 누구하나 다쳤다는 얘기를 들어보진 못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특정정당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정당인이자 정치인이다. 우리가 대외적으로 국가원수로서 예우해야할 대통령과 행정부 수반이나 집권정당에 속한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을 대할 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할 국회로서는 감시와 평가의 대상이며, 야당 입장에서는 끊임없는 비판을 통해 인기를 끌어내려 정권창출의 희생물로 삼아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나 언론들마저 아직까지 이런 구분법조차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언론은 직필이란 사명 때문에 숙명적으로 그 시대의 권력과 부딪치게 마련이다. 기자정신은 파묻힐 수도 있는 진실을 찾아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흔히 취재윤리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위해서는 이를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송 기자는 대통령이라는 살아있는 권력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켜주면서도 언론의 사명과 기자정신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KBS 사장의 실질적인 임명권을 쥐고 있는 것이 청와대이고 자신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그가 모를 리가 없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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