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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칼럼› 공무원은 더 이상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
  • 기사등록 2019-05-12 07:54:14
  • 기사수정 2019-05-12 07: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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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공무원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과거 가산국가(家産國家)나 절대군주국가에서 공무원은 군주의 가산 또는 신복(臣僕)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현대 민주국가에서의 공무원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을 뿐 행정수반에 대해 충성관계로 얽힌 신복적 관리가 아니다.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이라고 칭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무원들에게는 성실, 공정, 청렴과 같은 까다로운 의무가 주어져 있다. 선거직이나 정무직이 아닌 공무원들은 정당과 같은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대신에 이들은 법적으로 철저한 신분보장을 받는다. 흔히들 공무원을 ‘철밥통’이니 ‘합법적 도둑’이니 비난하기도 하지만 국가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결국 공무원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공무원들이 때로 일탈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공무원들은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제 몫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개최된 당정청 모임에서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방송사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부처 공무원들이 엉뚱한 짓만 한다”는 사담을 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앞으로 더 ‘군기잡기’를 하겠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들은 열심히 옳은 일만 하는데 공무원들이 잘못해 나라꼴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인식이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 마치 공무원들을 자기들의 신복(臣僕)인 양 취급하고 있다. 그동안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직권남용이니 직무유기 같은 죄명으로 지난 정부에 몸담았던 공무원들을 감옥에 보내고는 지금 와서는 이 정부 공무원들이 입안의 혀처럼 굴지 않는다고 닦달하다 못해 덤터기까지 씌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는 자신들은 대다수 공무원들이 박봉 속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할 때 무었을 하였는가? 제대로 땀을 흘려 일을 해보기는 했는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허울 속에 숨어 정치권 주변을 맴돌다가 시대를 잘 만나 여당 원내대표가 되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된 것은 아닌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늘공’이니 ‘어공’이니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늘공’은 말하자면 직업공무원을 얘기하고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인영 대표나 김수현 실장 같은 부류를 지칭하는데, 그 내면에는 ‘어공’들의 공직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꼬집는 숨은 뜻이 담겨져 있다. 


  개혁의 동반자여야 할 공직사회를 개혁 대상으로 삼는 일은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은 더 이상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 일부 출세를 위해 권력을 좇는 해바라기들도 있겠지만 절대 다수의 공무원들은 정치중립의 의무를 잘 인식하고 묵묵히 제 길을 가고 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자신들이 과거적폐라고 몰아세웠던 공직사회를 이용한 정권유지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더한지도 모른다. 더구나 집권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집권 말기와 같은 초조함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 어쩐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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