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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무장조직에 억류돼도 외교부 '깜깜이' - 미국 자국 여성 구출 즉시 별도 관리...한국은 프에 이송까지 맡겨 - 마크롱 "국민 안전 보장이 국가의 의무"
  • 기사등록 2019-05-11 08:19:55
  • 기사수정 2019-05-14 21: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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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0대 여성이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조직에 피랍돼 28일 동안 억류돼 있었지만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될 때까지 우리 외교부는 억류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여성과 같이 아프리카 위험 지역 여행을 한 미국인 60대 여성은 구출 즉시 미국이 신병을 인도해 얼굴 노출을 막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현지 공관이 없다는 이유로 프랑스에 우리국민의 구출에 이어 파리까지 이송하는 것도 맡겼다. 이 과정에 한국 여성의 얼굴은 다 노출됐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국민 안전 관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강경화 외교장관.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40대 여성 개인비용으로 귀국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 장모씨가 14일 오후 귀국했다. 프랑스 특수부대의 구출 작전으로 풀려난지 4일 만이다. 

장씨의 귀국 비용은 가족들이 부담했다. 외교부 측은 "가족들이 항공편 티켓값을 보내왔다"며 "정부 지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귀국 후 곧바로 공항에서 테러방지법에 따른 대테러 합동조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장씨는 약 1년 반 전 세계여행을 위해 출국, 지난 1월 모로코에서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미국인 아프리카 여행 과정에서 미국인 여성 D씨와 일정 대부분을 동행했다. 장씨는 모로코와 서사하나,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을 경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서하라와 모리타니,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우리 정부가 정하는 여행 경보 4단계 중 높은 3단계(적색경보 철수권고) 지역이다. 

외교부는 이번 피랍 사건이 발생한 부르키나파소 동부지역과 인접국인 베냉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여행자제'(황색)에서 3단계인 '철수권고'(적색)로 상향시켰다. 



프랑스군 합참의장인 프랑수아 르쿠앵트르 대장은 10일(현지시간) 국방부 합동 브리핑에서 프랑스군 특수부대가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한 무장세력 캠프를 급습해 교전 끝에 프랑스인 2명, 한국인 1명, 미국인 1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중 한국인은 여성으로, 여행 도중 무장세력에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군은 구출 작전 도중 2명의 특수부대원을 잃었다. 

르쿠앵트르 합참의장은  "프랑스는 두 아들을 잃었고 우리는 두 형제를 잃어 너무도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외교부 "40대 한국인 여성으로 확인"


우리 정부는 이날 프랑스 정부가 파리 주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구조된 인질 중에 한국 여성도 있다"고 알려주기 전까지 우리 국민의 피랍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프랑스 정부가 이날 낮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과 프랑스인 2명, 미국인 1명을 구출했다고 알려왔다"며 "우리 국민이 실종됐다는 신고는 없었고, 자세한 억류 및 구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11일 구출된 여성이 40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내 연고자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12일 파리 소재 군(軍)공항에 도착한 후, 군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상태를 점검받을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군 비행장. 현지 시간 11일 오후 6시쯤 특수부대에 구출된 한국 여성 1명과 프랑스 남성 2명을 태운 프랑스 정부의 전용기가 착륙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방장관, 외무장관, 합참의장과 함께 활주로에 나와 구출된 3명과 일일이 악수하고 환영했다. (사진)


사진=YTN캡쳐


최종문 주불대사도 참석했다. 최 대사는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감사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최 대사는 구출된 한국인 여성에 대해 “본인도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했고 겉으로도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며 “프랑스군의 보호 아래 인근 군 병원으로 가 건강검진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여성은 공항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프랑스 남성인 로라 라시무일라스씨는 피랍자들을 대표해 “희생된 장병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정부와 군의 투철한 정신과 휴머니즘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애초에 위험한 지역엔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한국인 여성도 프랑스어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외교부는 이번에 납치사고가 발생한 베냉 공화국에 여행경보를 발령한 바가 없다. 부르키나파소 북부에는 적색경보(철수권고)를 남부에는 황색경보(여행자제)를 각각 발령해 놓고 있다. 

프랑스인 2명은 지난 1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 북쪽에 있는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인 여성의 구체적인 피랍 경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여성이 외교부가 여행적색경보를 발생한 지역에서 납치됐다면 본인 귀책이 크며 국가손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행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베냉에서 납치됐다면 외교당국자의 소홀한 국민안전 관리에 책임이 돌아간다. 




프랑스, 적색 지역 여행에 여론 싸늘 


프랑스에서는 인질들을 향해 정부의 ‘여행 경보’를 무시해 무고한 군인 2명의 희생을 초래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인 인질 2명이 납치된 서아프리카 베냉 북부의 부르키나파소 접경지대 펜드자리 국립공원과 부르키나파소 남서부는 테러집단의 활동 지역으로 프랑스 정부가 ‘적색경보’를 내린 곳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구출된 프랑스인들을 향해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무모한 관광객들 때문에 군인들의 목숨이 희생됐다" 등의 비난 글이 잇따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환영식 이후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도 "두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의 여행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대 여성 선교 봉사 아니고 개인 여행 


부르키나파소 여행 중 무장단체에 피랍된 뒤 구출된 한국인 40대 여성 장모씨는 약 1년6개월에 걸쳐 세계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장씨는 선교 봉사 목적 여행이 아니며 정보통신업계에 종사하면서 개인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로 건너간 것은 1월이며,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아프리카 여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씨는 이어 약 3개월 동안 세네갈ㆍ말리를 거쳐 부르키나파소로 4월초 도착했으며,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은 4월12일로 확인됐다. 장씨는 부르키나파소에서 버스를 타고 인접국 베냉으로 향하던 도중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고 한다. 언니와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을 취한 것은 3월 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장씨는 피랍된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움막 등의 열악한 상황에서 지냈다. 무장조직이 식사를 제공하긴 했으나 피랍 첫 2주 동안은 식사를 거의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기간엔 식사를 조금씩 했으며 운동 등으로 버티며 피랍 상황을 견딘 것으로 확인됐다. 피랍 조직이 학대 등 비인도적 행위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랍된 곳은 여행자제 지역(황색경보)


장씨가 피랍된 부르키나파소 지역은 ‘여행 자제’(황색경보) 지역이다. 부르키나파소는 1960년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뒤 7차례의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국내 정세와 치안이 불안한 상태다. 

전역이 ‘철수 권고’(적색경보) 지역이었으나 2015년 정세가 일부 안정되면서 말리 등 접경 북부 4개주를 제외하고는 황색경보로 하향조정됐다. 장씨의 다음 행선지였던 베냉에 대해선 여행자제 등 권고 조치가 없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경보 제도는 여행 유의(남색 경보, 신변 안전 유의)→여행 자제(황색경보, 신변안전 특별유의, 여행 필요성 신중 검토)→철수 권고(적색경보, 긴급 용무가 아닌 한 철수, 가급적 여행 취소 및 연기)→여행금지(흑색 경보, 즉시 대피 및 철수)의 4단계다. 흑색 경보 지역 여행을 강행했을 경우엔 여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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