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빽기자의 세상만사 (141) 문무일과 김관영, 한신의 운명
  • 기사등록 2019-05-05 09:05:18
  • 기사수정 2019-05-06 13:45:49
기사수정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이 끝난 뒤 삶아 먹히는 사냥개의 관점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사냥꾼의 입장에서 보면 개혁과 시대 변화의 프레임일뿐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무슨 일을 도모하자면 희생자가 필요하고 새 시대가 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것은 놀라운 측면이 있는데 무엇보다 그 시점 때문이다. 문 총장이 비판한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명을 받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주도했다. 범여 4당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서 처리하자 조 수석은 “의회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찬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문 총장이 반기를 높이 들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위배했다”고 성토했다. 조 수석과 그를 지휘한 문 대통령에겐 불의의 일격이다.


활은 새를 잘 잡아야 하고 사냥개는 토끼몰이를 잘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관점이 그렇다. 2년 전 임명장을 주면서 문 대통령은 "정치 줄 대기로 혜택을 누려온 정치 검찰의 모습을 통렬히 반성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총장의 역사적 사명" 이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는 현대정치사에 유례없을 정도로 숨 가쁘게 전개됐다. 


사냥꾼의 입장에서 문 총장의 반발이 달가울 리 없다. 총장 임기도 2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반발의 강도가 세지면 교체해버리면 된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2년 전 발언이 발목을 잡고 있다.


청와대는 문 총장을 지명할 때 “부정부패 척결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민주당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원칙론자”라고 평가했다. 그건 일정부분 사실이다. 그는 1987년 민중항쟁 때 거리로 나섰고 1988년 2차 사법파동 때 사법연수생 18기의 리더였다. 그래서 청와대의 이런 말은 부메랑이 되고 있다. “국민 기본권이 중요하다”는 문 총장의 반발을 항명이라고 몰아세우기에는 그의 이력과 논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총장은 광주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지지 축은 지역적으로 호남이다. 청와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그를 힘으로 자리에서 끌어내리다간 호남민심의 이반을 부를 수도 있어 조심하는 기류가 있다. 

  

사진=kakaotv 캡쳐

최근 정국에서 또 다른 토사구팽 논란자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과거 야합정치의 결말은 결국 토사구팽이었다"고 했다. 이 말은 김 원내대표를 향한 것으로 인과응보를 바라는 감정이 실린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대립 전선의 촉발자였다. 소속정당의 의원들을 배제하고 분열시키며 장외로 나가게 한 원내대표다. 그가 국회법을 무시하며 오신환 의원에 대해 사보임을 단행하지 않았다면, 이어 권은희 의원에 대해서도 사보임을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딴판이었을 것이다. 집권당 의원도 아니면서 민주당을 위해 결과적으로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국회 주변에서는 그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됐다. 많이 나온 얘기가 군산 지역구인 그가 내년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나가거나 민주당에서 배려를 해주기로 했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김 원내대표는 앞으로 ‘꽃가마’를 탈 일만 남았을까. 김 원내대표는 야합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자신은 바른미래당에 뼈를 묻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 반드시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인데 동료 의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권력게임에서 대가없이 움직이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문무일과 김관영 두 사람은 차이가 있다. 문무일은 외형상 국민의 기본권과 검찰 조직을 지키기 위해 일전을 벌이는 것인데 김관영의 행적이 국민의 이익과 바른미래당이라는 조직을 위한 것인지는 애매하다.

 현재 문무일은 토사구팽의 생리를 잘 알고 자리를 던져버린 ‘범려’처럼 행동하고 있다. 김관영은 유방의 환심을 사기 위해 종리매의 목을 벤 대장군 한신처럼 굴고 있다. 물론 문무일과 김관영이 둘 다 토사구팽 당한 한신처럼 처참해질지, 아니면 둘 중 하나가 그리 될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issuegate.com/news/view.php?idx=474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Warning: include_once(../news/side_banner_menu.php): failed to open stream: No such file or directory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Warning: include_once(): Failed opening '../news/side_banner_menu.php' for inclusion (include_path='.:/usr/share/pear:/usr/share/php')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