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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dream making)리더십포럼이사장, 전 세계일보 사장



''하늘이 하늘 노릇 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 만 하랴/누에는 따뜻하길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做天 難作四月天/蠶要溫和麥要寒/行人望晴農望雨/采桑娘子望陰天)'' 

대만의 학자 난화이진(南懷瑾, 1918~2012)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은 시인데 중국 농민들 사이에 불리던 옛 농요를 가다듬은 시라고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대한 당부를 들으며 ''바르게 잘 하겠다''는 다짐을 한 뒤에,  인사청문회 때 여야의원들의 각기 다른 주문을 받으면서 선배가 가르쳐 준 한시가 생각났다며 대통령 면전에서 위의 한시를 읊었다고 한다. 

각자 자기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이 다르다는 뜻으로 듣기에 따라서는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다르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으로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 신설이나 수사권 분리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서로 의견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 대통령의 고충을 위로 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어쨌든 청와대의 검찰을 향한 개혁 칼날이 날카로워지는 만큼 문 총장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3월에는 정부가 검찰을 배제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진행하자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현대 민주국가 중에서 국가경찰의 단일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법률을 전공하신 분의 생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장관을 염두에 두고 한 작심 발언이었다. 

지난달 29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의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자 외국 출장 중이던 문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항의를 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올바른 형사 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9일 귀국일정이었지만 일정을 단축해 4일 조기 귀국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귀국 후에 문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거나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강력한 항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총장이 한시를 통해 언급한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고 한 은유는 곧 목을 내놓겠다는 직설로 바뀔 수도 있다. 권력이 총장의 목은 벨 수 있어도 정의의 목은 벨 수 없다는 신념을 문 총장이 갖고 있다면 문 총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기록될 영웅으로 부활할 수 있다. 사람의 일생에 그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저항이 초래할 유불리보다 자신의 항거가 정말 정의로운지만 생각하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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