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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서 노사연 ‘만남’ 듣고 싶다던 지정환 신부 선종 - 노자의 '공수신퇴'를 좌우명으로 삼아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그들에게 다…
  • 기사등록 2019-04-13 17:22:49
  • 기사수정 2019-04-14 07: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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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이던 4년 전 뇌경색이 찾아왔다. 40대엔 다발성신경경화증으로 휠체어 신세를 졌다. 더 젊은 시절엔 쓸개를 떼냈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바람 같은 건 없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음…, 하나 있긴 해요. 내 장례식에 노사연의 ‘만남’을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들의 모든 만남은 하나라도 우연이 없거든요. 그렇게 귀하게 만났으니 서로 사랑해야지요.”

 그는 “노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그들에게 가라, 그들과 함께 살아라, 그들을 배우고 사랑하라. 그들이 알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 그것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라. 사제든 목사든, 특히 지도자라면 누구나 이를 새겨야 합니다. 공수신퇴(功遂身退).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없어요. 공을 이루었다면 이내 물러나야 합니다.” 


한국 치즈의 대부로 불리는 지정환 신부가 13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천주교 전주교구는 고인의 시신을 중앙성당으로 옮겼다.


 

신부 디디에 세스테벤스. 193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1959년 한국 전주 땅을 밟은 그는 60년을 ‘지정환’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치즈 만들기는 임실 치즈의 오늘을 일궈냈다. 그는 이 공으로 2016년 한국 국적을 부여받았다. 


한국서 치즈개념도 없는 시절에 1964년 임실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선물로 받아 키우던 산양 젖을 짜서 팔면 농가가 소득을 올려 자립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팔 곳이 많지 않다보니 남은 산양유가 버려졌으며, 그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다 치즈를 떠올려 실패의 연속 끝에 치즈를 만들었다.

임실치즈가 성장가도를 달리는 동안 지 신부에겐 다발성신경경화증이라는 불치의 병이 찾아왔다. 벨기에서 치료 받고 1981년 휠체어를 탄 채로 귀국한 지 신부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재활공동체 ‘무지개가족’을 만들었다. 

 2002년엔 치즈산업을 일구고 장애인 복지에 힘쓴 공로로 호암상을 받았다. 상금 1억원을 기반으로 재원을 마련해 2007년 설립한 무지개장학재단은 사각지대의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 신부는 한국에 온 지 2년 뒤 부안서 농민들과 3년간 바다를 간척해 농지를 만들었다. 그때 몸이 상해 쓸개 제거수술도 받았다. 지 신부는 이후 자신을 소개하며 “한마디로 쓸개 빠진 놈입니다” 라며 웃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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