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75) 전 유엔사무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세먼지 국가기구 위원장을 맡았다. 적지 않은 사람이 “별명대로 기름장어답다”고 한다. 이리저리 잘 빠져나가는 장어처럼 손해 보는 일은 안하는 진면목이 2년 전 대선후보 사퇴와 이번에 제대로 발휘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두언 전 의원이 정곡을 찔렀다. 그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미세먼지기구 위원장을 맡은 일에 대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이다"며 "대통령은 골치 아픈 문제를 다른 사람, 반기문 전 사무총장한테 퉁쳐버렸고 반 총장은 지금 외롭고 쓸쓸한데 소일거리가 생겨서 좋고. 그래서 지금 둘 다 다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 뿐일까. 반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협력자’로 변신한 데 대해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치재개를 위한 지원 등 밀약 같은 게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2017년 보수후보를 자임하고 대선출마에 나선 사람이 보수진영의 시각과 많이 다른 방향으로 국가운영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도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정치재개 가능성에 대해 ‘연목구어’라고 했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처럼 말도 안 된다는 투다.
정두언 전 의원도 CBS라디오 진행자가 '반 총장 정계복귀 가능성'을 묻자 "정계 복귀는 무슨 정계 복귀예요. 이미 다 쓰러진 고목나무인데"라며 "꽃이 피겠어요? 버섯은 좀 피겠죠"라고 했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정치재개와 관련된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고는 김의겸 대변인에게 정치재개 관련 질문은 “잊어버리고 답을 안 한 게 아니라 일부러 답변을 안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반기문 전 총장은 ‘굴러온 복’이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중도보수 진영의 카드를 손에 쥐었다. 앞으로 용도가 다양할 것이다.
먼저 반 전 총장을 내세워 미세먼지에 대한 야당의 직접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미세먼지 무대책과 중국 굴종외교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반 전 총장을 내세워 피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정치적 카드로서 활용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향후 차기 대권 후보로 반 전 총장을 내세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해서도 안 된다. 비록 현재 7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변수이지만 중도성향에다 높은 인지도를 봐서 언제든 대선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최소한 내년 4·15 총선에 정치재개를 본격화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민주당의 얼굴로 비례대표로 말이다. 기름장어의 등장을 보며 정치는 생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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