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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외교를 한다면서 여당 지도부와 함께 미국을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 자신의 친필로 쓴 족자를 하나 선물했다.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 가보면 관련 사진이 올라 있다.

그 족자에는 '萬折必東'이란 네 글자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예서체로 써져 있다. 문 의장은 굳이 한자로 된 글귀를 미국에까지 가서 선물을 했을까. 한국인은 한국이 자랑스러운데 문 의장은 한자솜씨를 그리 자랑하고 싶었는지 묻게 된다.  


사진=대한민국국회홈페이지



문제는 또 있다. 만절필동의 의미다. 문 의장은 한국 언론의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황하가 만 번을 꺾어도 결국은 동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듯이 지금 협상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북한이 처한 절박한 경제 상황과 제재 등 고립으로 궁극적으로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구축되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필귀정이라는 의미를 길게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대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는 사자성어다. 조선시대 존명사대주의자들이 “중화(중국)를 향한 충신의 절개를 꺾을 수 없다”며 사용하던 문구다. 문 의장이 그걸 몰랐을까.

충북 괴산군의 화양서원에 가면 만절필동이 어디에 쓰이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거기에 ‘만동묘(萬東廟)’라는 것이 있다. 만동은 만절필동의 준 말로 이 만동묘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돕기 위하여 조선에 원군을 파병한 명 신종을 기리기 위해서 숙종 30년인 1704년에 지은 사당이다. 그러므로 문희상 의장이 친필로 쓴 이 만절필동이란 말은 중국 명나라의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 조선시대 사대부의 언어인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미 2017년 12월 중국대사로 부임한 현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이 당시 신임장 제정식장의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적어 한차례 파문이  있었다. 한국의 언론이 ‘저자세 외교’를 지적했다. 그런 파문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문 의장은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어야 한다. 다른 좋은 우리 표현을 수도 없이 많이 두고 굳이 친중사대주의적인 한자를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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