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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대권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을 3선이나 하고도 대권후보 반열에 제대로 올라서지 못한 초조함이 엿보인다. 여기에 같은 대권후보군에 속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가세하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귀결이 난다고 해도 결국에는 그들만의 리그이다. 박원순 시장이나 김부겸 장관으로서도 이를 기화로 자연스럽게 노이즈 마케팅을 할 수 있으니 손해 날 일이 없는 셈이다. 

다만 분노할 일은 따로 있다. 박 시장의 계획에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북서쪽 400m 떨어진 정부종합청사 인근으로 옮기자는 설계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68년 4월 2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세워졌다고 한다. 세종로, 태평로가 뚫려 있어 일본의 기운이 강하게 들어오니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풍수지리 학자들의 의견을 들어 현재 위치가 결정됐다는 얘기가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렵다보니 해체된 선박 엔진, 놋그릇, 놋숟가락 등을 끌어 모아 작업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워진 동상은 패장처럼 칼을 오른손에 쥐고 있다거나, 칼이 일본도이고 입은 갑옷도 중국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시비에도 불구하고 지난 50여 년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부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이전한 자리에는 촛불혁명을 재해석한 문양을 바닥에 새겨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박 시장의 눈에는 독재자 박정희에 의해 우상화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한쪽으로 치우는 대신, 그의 딸 박근혜를 쫒아낸 이른바 촛불혁명을 기리는 것이 서울시장으로서의 마지막 의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좌파 지지세력들의 마음을 사 다음 대선에서 확실한 후보 반열에 오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어떤 위인인가? 임진왜란에서 거의 혼자 힘으로 나라를 구한 분이다. 전란이 나자마자 왜군이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데도 관군은 속수무책이었고, 임금은 의주까지 도망가 압록강을 넘어 망명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명나라가 원군을 보냈다고 하지만 왜군과 부딪혀 몇 번 뜨거운 맛을 본 뒤에는 어떻게 하면 물러날 수 있을지 협상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이순신 장군이 바다에서 승리해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오늘날 우리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때 벌써 왜의 속방이 되었거나 왜와 명나라가 반반씩 나눠가졌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촛불정신을 살린다고 감히 광장 한쪽으로 치워 버리겠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념 편향의 단견(短見)과 반(反)역사적 인식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촛불시위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후대에 이뤄질 일이다. 촛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것이 절대 선이라는 법은 없다. 오늘의 충신이 내일은 역적으로 몰릴 수 있는 것이 정치이고 역사이다. 북한 곳곳에 세워져 있는 김일성 동상이 언제까지나 그렇게 버티고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욕하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박 시장이 그에 앞선 이명박 전 시울시장이 청계천 재건사업으로 대권을 거머쥔 것을 보고 욕심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1천억이라는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을 만큼 현재의 광화문 광장에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가? 청계천은 그 당시 흉물스런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는 안전성은 물론이고 매년 엄청난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애물단지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광화문 광장과는 완전히 성격이 달랐다. 뱁새가 황새를 쫒아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    


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초빙교수 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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