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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117) ‘영혼 탈곡기 수석’과 직권남용죄
  • 기사등록 2019-01-09 12:13:35
  • 기사수정 2019-01-11 13: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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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모 국장실에 지난해 말 네 명의 청와대 특감반원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한미동맹과 관련한 언론 유출건을 조사해야한다면서 휴대폰 제출 동의서를 들이밀었다. 어느 고위공무원이 이 순간 동의서를 거부할까. 간 크게 굴다간 이 정권 내에서는 진급이나 좋은 보직은 기대하기 어렵다. 

압수된 휴대폰들은 청와대에 있는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장비로 이동된다. 거기서 해당 국장의 전화, 문자메시지, 메모 등 사생활까지 모든 것들이 파헤쳐진다. 한 인생이 꼼짝없이 조국 민정수석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마누라는 속여도 휴대폰은 못 속이는 법이다. 그래서 공직자들이 꾀를 내게 된다. “사고 치면 휴대폰을 뺏기면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런 말을 했다. 다른 방법도 있다. 휴대폰을 압수당하더라도 사생활을 감추는 방법이 있다. 뒷골목의 건달들처럼 몇 개의 휴대폰을 들고 다니다 청와대서 내려고 하면 좋은 말만 가득한 ‘청와대 제출용’ 휴대폰을 줄 것이다.


2018년12월31일 국회 운영위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악수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 


되풀이되는 청와대의 고위공무원단 휴대폰 압수감찰에 조 수석은 “동의서를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현실감이 부족하다. 직권남용죄는 이현령비현령이다. 

현 정권의 전 정권 적폐 수사에서 빠지지 않는 죄목이 바로 직권남용혐의다. 실력자가 권한을 일방적으로 행사한 이유로 처벌받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죄'(형법 제123조)를 말한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도 직권남용을 경계하고 있다. 감찰반의 감찰 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 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고 돼 있다.

조 수석의 휴대폰 압수 감찰은 직권남용의 범위 안에 있다. 법조계에서는 “동의서 제출이 강제성을 갖고 있으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휴대폰 압수와 포렌식 조사, 사생활 별건 조사는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민정수석실의 휴대폰 압수 감찰은 과거정권에도 있었다. 공직의 기강확립을 위해 강압적인 방법을 썼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 똑같은 방법을 되풀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권을 중시한다는 현 청와대가 사실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 강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조 수석에게 휴대폰 압수 감찰을 은유해 ‘영혼 탈곡기 수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경원은 “휴대폰을 사찰하면 그 사람의 양심과 영혼까지 다 나온다”고 새 작명을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정치다. 다음에 법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수석을 향해 “공무원의 휴대폰을 임의제출 받아서 뒤졌다고 얘기하는 것은 불법사찰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서울법대 82학번 동창이다. 오죽 법을 잘 알까.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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