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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현철의 궁궐이야기 (2) 세종대왕, 첫 새해를 맞이하다
  • 기사등록 2018-12-29 17:19:53
  • 기사수정 2019-01-26 21: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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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알게 된 궁궐


 600년 전 1419년 1월1일 세종대왕은 즉위 후 첫 새해를 맞는다. 세종은 1418년 6월 세자가 된지 2개월 만에 왕위에 오른다. 22세였다. 왕이 된지 5개월여 후 맞이하는 기해년 첫 새해, 세종은 어떻게 맞이했을까? 

 이 날 세종은 창덕궁 인정전(아래 사진)에 있었다. 인정전은 창덕궁의 정전으로 임금과 신하가 만나는 조례, 결혼식, 세자책봉, 외국 사신 맞이 등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첫 번째 지은 궁궐은 경복궁이다. 제3대 태종은 송도에 있는 수창궁에서 즉위했다. 태종5년(1405년) 그는 궁을 하나 더 짓는다. 창덕궁인데 이궁이라 했다. 경복궁은 정궁 혹은 법궁이라고 한다. 태종은 후에 창덕궁으로 이어했다. 

조선에서는 여러 궁궐을 짓는데 이유는 다양했다. 화재나 전각 수리 등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고, 또한 궁중에 사는 여러 사람 중에 질병이 있거나 하면 왕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은 새해 첫 날 면복차림으로 멀리 명 황제에게 새해 예를 올리고, 옷을 강사포(絳紗袍)로 갈아입은 뒤 여러 신하의 하례를 받았다. 강사포는 임금이 입는 붉은 색의 조복(朝服)이다.

 의외의 인물들도 참석해서 세종에게 하례를 올렸다. 승도(僧徒), 회회(回回), 왜인(倭人)들이다. 

 조선은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유교 국가이다. 그러나 스님의 신년하례 참석은 조선 초기 왕실에 불교의 전통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회회는 아랍인이다. 회회는 태종 실록부터 나오는데 그 가족을 귀화시키거나, 다른 회회인에게 쌀이나 의복을 준 기록이 있다. 왜인은 실록에 검색을 하면 4천 건이 넘게 나온다. 좋든 나쁘든 인접국가로서 교류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세종은 하례를 받은 후에는 자신도 하례를 드려야 했다. 왕위를 물려준 상왕(태종)과 대비가 계셨기 때문이다. 세종은 신하들과 함께 상왕전으로 가서 예를 올리고, 새해 선물로서 말과 의복을 드렸다. 또 한 분 더 계셨다. 2대 정종은 노상왕(老上王)으로 송도에 있었다. 사람을 보내서 의복 등을 바쳤다. 이것으로 신년하례 절차는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잔치를 벌였다. 잔치에 참석한 사람은 상왕, 종친(宗親)ㆍ의정부 참찬(參贊)ㆍ육조 판서, 대사헌(大司憲) 및 6명의 대언(代言)이다. 대언은 승지를 말한다.

 잔치에 상왕 태종은 기분이 매우 좋았던 것 같다. 상왕은 왕과 신하들이 올리는 수주(壽酒)를 여러 잔 마셨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춤을 추었다. 신하들도 상왕과 어울려 춤을 췄다. 세종이 같이 춤을 추었는지 기록은 없다. 

 왕이 참석한 잔치에 술로 흥청망청 마무리 되는 것은 어딘가 나라의 체통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상왕 태종은 분위기를 한층 띄우면서도 상왕으로서 본분을 잃지 않는다. 



태종은 “하느님은 백성의 행동을 굽어보나니, 언제나 잔치에 있어서는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한다”고 '훈시'했다. 

사관은 “이날 여러 신하들은 취할수록 더욱 공경하며, 실컷 즐기고 밤이 깊어서야 파했다”라고 기록했다. 


태종은 다른 기록을 봐도 술을 상당히 즐긴 것 같다. 그 아들인 세종의 술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태종은 세자인 양녕을 폐하고 충녕(세종)을 세자로 다시 책봉하면서, 충녕이 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신하들에게 밝혔다. 

 “충녕은 술은 아무 이익이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중국 사신을 맞이할 때는 그 손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녕은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적당히 마신다.” 

 태종은 술에 대한 충녕의 태도가 세자로서 자격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둘째인 효령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니 세자로서 불가하다고 했다. 

세종은 필요에 따라서 적당한 양의 술을 마셨음을 알 수 있다. 군주라면 의당 개인의 취향을 떠나 대의를 위해서 유연해야한다. 세종의 그런 태도를 태종은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2019년 기해년을 맞아 창덕궁에 들려 600년 전 세종대왕이 새해를 맞이한 그 숨결을 느껴보자. 

 

 왕현철 전 KBS PD, 우리궁궐지킴이



*수주(壽酒) : 한자의 뜻으로 봐서 장수를 비는 술일 것이다. 그 원료나 만드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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