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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1876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골프 스윙을 자신의 몸에 맞게 일신우일신한 덕이다. 목표를 향해 팔을 쭉 뻗는 스윙은 이론적으로 완벽하다. 하지만 수 없는 무릎 십자인대 수술과 네 번의 허리수술을 한 우즈에겐 무리다. 우즈는 백스윙부터 줄였다.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이 간결해졌다. 임팩트 후 폴로스루도 인위적 힘을 빼 자연스러워졌다. 어프로치 샷도 손목에서 몸통 위주로 바뀌었다. 스윙이 한결 리드미컬해졌다. 

최고 골퍼의 특징은 뭔가. 각각의 샷을 따로 따로 분리해서 본다는 점이다. 연습장의 샷은 필드의 샷과 또 다르다. 바깥에는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샷은 다 달라져야 한다. 때로는 해저드에 빠지고 높은 턱의 벙커에 파묻힌다. 동반자의 나쁜 매너와 갤러리들의 성가심도 변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 

우즈의 1승은 이처럼 스윙개조 하나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상황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거기에 각 샷을 맞추는 고도의 적응력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 실업자는 더 많아졌고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의 아우성은 커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라고 한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동생 장하준 교수가 그렇게 진단했다. 장 교수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에 대해 "한마디로 몸이 약해져 있으니 영양제 주사 한번 놔준 것"이라며 "나쁜 건 아니지만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영양제 맞았으면 운동도 하고 식생활도 개선해야 몸이 튼튼해지는데 소득주도성장에는 체질 개선 얘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장이다. 그런데 문재인 경제정책을 설계한 칠순의 김광두 부의장이 사표를 냈다. 의장이 얼마나 부의장의 고언을 외면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까. 김 교수는 그동안 수 없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비현실적이고 나라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동료 교수가 쓴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까지 경고장을 날렸다. 

 나라를 향한 뜨거운 마음이 없었다면 아무 말도 않고 그저 달콤한 열매만 따먹었을 것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지난 11월 “오래 버틸 수 없는 임시방편”이라며 “경제정책 오류를 저지르는 것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가 굳이 극한적인 표현을 쓴 것은 나쁜 정책이 반복돼서는 안 되며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은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예로 들며 “당시 경제 정책 책임자들은 기초가 튼튼해 문제없다고 외쳤다”며 “현 정부에서 경제가 회복세라고 하는 것과 이미지가 겹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내년엔 더 강한 외풍과 더 지독한 가뭄이 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려고 이러고 있나”라고 우려했다. 

물러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퇴임사에서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취임사에서 이처럼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국가비상사태’나 ‘퍼펙트 스톰’이라는 경고가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나마 그의 퇴임사는 또 다른 경고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집권세력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다시 타이거 우즈로 돌아가자. 우즈는 골프 황제다. 프로의 세계에서 79승을 빚은 화려한 실적의 보유자다. 그럼에도 그는 각고의 스윙개조를 통해 마침내 1승을 추가했다. 우즈와 달리 경제 경험과 실적이 전무한 문재인 대통령이 1승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금주도 성장정책의 개조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패권주의, 북한 비핵화 협상,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 복지 수요 증대 등 상황과 변수에 대응하는 통제력을 길러야 한다. 문 대통령이 변화를 이끌고 외부 변수에 적극 대응하는 통찰력을 발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새 경제팀 ‘김수현-홍남기조’도 용만 쓰다 말 것이다. (12월13일자 에너지경제신문 전문가시각에 실린 칼럼으로 동의하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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