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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8시 40분 전국 86개 시험지구 119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됐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감독관은 총 7만5600여명이다. 약 14만명인 전체 중·고교 교원 중 절반 이상이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된 셈이다. 한 시험실에 감독관 2명(4교시 탐구영역은 3명)씩 배치된다.



 수능고사 업무는 잘 해야 본전이다.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중등교사들은 수능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 내 갈등도 심하다. 그래서 해마다 수능을 앞두고 중등학교는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수능 시험교인 학교는 준비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주무부서와 담당자는 야근까지 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각종 서류준비와 감독관 시간표 작성은 물론 물품 준비, 심지어 감독관 간식과 점심까지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듣기평가 시간에 방송 시설에 문제라도 생기면 난리가 난다. 수차례 방송점검에 수능 당일 타종 방송을 비롯해 듣기 방송까지 방송담당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수능 전날 시험실을 꾸미기 위한 교사의 수고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책상 서랍과 사물함을 다 비우고 교실에 있는 게시물은 다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책상 배열도 교실 앞 몇 m, 교실 뒤 몇 m 테이프를 붙여 놓고 그대로 배열해야 한다. 물론 책상과 의자가 흔들거려도 안 되고 책상 위 낙서도 다 제거해야 한다. 

시험실을 만들기 위해 학급 학생들을 동원하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자기들이 시험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수고를 해야 되냐고 항변한다. 사물함을 비우라고 해도 비우지 않고 버틴다. 교사는 할 수 없이 혼자서 정신없이 정리하고 오후에 있는 감독관 연수에 참석해야 한다. 교사들은 흔히 혼이 빠진다고 표현한다. 

수능 시험장은 교통이 좋고 학급 수도 어느 정도 되는 학교에 배치하다보니 돌아가면서 하는 게 아니라 거의 정해져 있다. 사립고등학교의 경우 시설과 교통이 좋아도 대부분 빠지고 공립학교가 시험교가 된다.


경기도 모 중학교 김 교사(50세)는 수능 감독관이었다. 지정된 장소인 교실 뒤쪽에 서서 감독을 했다. 감독이 끝난 후 민원이 들어왔다. 감독교사가 자기 자리 옆에 계속 서 있어 신경이 쓰여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기가 찼다. 하라는 대로 지정된 장소에 서서 감독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런 민원을 받다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그 학부모와 학생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했다. 싫었지만 학생의 가정을 찾아가 정중히 사과했는데도 학부모는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쳤다. 거의 일 년간 시달렸다. 


이러다보니 감독관으로 뽑히는 교사들의 마음은 무겁다. 자칫 문제라도 생기면 큰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매년 되풀이되는 수능 감독관 기피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이니 이 업무는 대학에서 해야 된다는 주장들이 많다.

감독관 기피현상이 생기다보니 교육청은 학교장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감독 곤란 교사들은 학교장의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고등학교 최 교사(55세)는 평소 목 디스크와 허리 통증으로 수시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서서 감독하기 힘들어 진단서를 제출하니 교감선생님이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중 교감선생님은 그러면 수업은 어떻게 하냐고 비꼬듯이 말하면서 무책임한 교사로 낙인찍는 것 같아 서러워 눈물이 났다고 한다.
감독차출 순서를 정할 때 나이순이냐 경력 순이냐를 놓고 교사들 간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수능 주무를 맡고 있는 보직교사는 자녀가 수능을 봐도 도시락 싸 주기도 벅차다. 시험지 배송을 위해 5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해야 되기 때문에 자녀가 시험보러 가는 모습을 볼 수 도 없다. 


교사들은 수능 감독관이 받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비해 보수가 형편없다고 입을 모은다. 감독관들은 수능 당일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 10시간 넘게 서 있어야 한다.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옷차림, 화장, 신발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고, 혹여 문제라도 생기면 징계나 금전적 손해배상 등을 감수해야 한다. 예비소집일을 포함한 이틀 치 감독관 수당은 14만∼15만원 수준이다.


최근 실천교육교사모임이 공개한 전국 중·고교 교사 5000여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은 수능 감독이 심리적(71.8%)·체력적(71.5%)으로 부담스럽다고 했다. 수능 감독 시 힘든 점으로 ‘낮은 수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8.2%, ‘불합리한 차출과 배치’는 17.2%, ‘이른 시작’은 14.4%였다. 감독관 차출·배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느냐는 질문에는 49.6%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해당 설문 응답자들은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으로 ‘감독관 의자 배치’(67.3%)를 꼽았다. ‘대학의 적극적 참여’(53.1%), ‘감독관 수당 인상’(44.4%), ‘감독관 차출방식 개선’(17.4%) 등이 뒤를 이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수능 감독관 기피 풍조는 교사 개개인의 무책임한 심리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과도한 부담감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교육당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감독관 수나 수당을 교육청이 임의로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들은 ‘잘해야 본전이고, 조금만 실수해도 대참사’란 인식 때문에 수능 감독관을 기피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국이 교사들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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