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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104) 특활비에 목매는 청와대의 신 적폐
  • 기사등록 2018-11-14 12:01:47
  • 기사수정 2018-11-19 14: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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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과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12일 법정에서 특수활동비에 대해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전 기재부장관에게 총 9억원의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전 원장은 최 의원의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말했다. "오물을 뒤집어쓰고 1년을 살았다"라며 자신이 특활비를 준 것은 "국정 운영 자금으로 준 것이지 뇌물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 전 원장은 최 의원에게 특활비 1억원을 주었다. 


그가 억울함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문 대통령의 특활비 사용 내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획재정부 직원을 격려한다고 피자 350판을 보냈는데 거기에 들어간 1000만원도 대통령 특활비에서 나왔다고 한다"고 했다. 국정 운영이란 틀에서 보면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취지다.


전 정권 사람들이 특활비 때문에 감방에 가거나 추가 형을 받은 사람은 수두룩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이병기 전 비서실장, 남재준 전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최경환 한국당 의원,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특활비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정도이면 특활비는 한국의 정치무대에서 사라져야 마땅하다. 그토록 현 정부가 강조하는 ‘촛불 정의’ 차원에서 보면 더 그러하다. 하지만 물레방아를 거꾸로 돌리는 곳이 한국의 정치다. 

문재인 정부는 동문서답과 역주행을 하고 있다. 13일 청와대가 국회에 내놓은 답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외쳤다. “의원님, 청와대가 각 부처 조정 작업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특활비 예산 삭감하지 말아 주십시오.” 청와대의 만기친람을 위해 눈먼 돈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회도 검찰도 경찰도 특활비를 줄였다. 검·경은 내년도 특활비를 15~20% 줄였고 국회는 특활비 예산 84%를 쳐냈다. 6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였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특활비 석 달 치 수령액을 반납하고 사망했다. 대법원 등 5개 기관은 아예 특활비를 없앴다. 청와대 논리대로라면 국회는 순진한 바보들이 사는 곳이다. 


역사발전과 거꾸로 가는 곳이 딱 두 군데다. 바로 청와대와 국정원이다. 이 두 곳은 무소불위인양 특활비에 손을 못 대겠다고 한다. 

국정원은 특활비 이름을 ‘안보비’로 바꾸고 액수를 늘였다. 내년도 예산은 전년 대비 970억원 이상 늘어난 5609억원으로 계상돼 있다. 용도도 개악됐다. 당초 특활비는 기밀수사만 썼지만 안보비는 기관운영비 등 제반경비로도 쓸 수 있게끔 했다.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용도가 넓어진 것이다. 

눈속임 하듯 이름을 바꾼 국정원과 달리 청와대는 아예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식이다. 청와대는 내년도 특활비를 올해와 같은 181억원으로 책정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하나도 줄이지 않았다. 그것도 부족해 임 실장이 국회에 나와 한 푼도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 것이다. 


겸손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어디 갔는가? 문 대통령은 취임 보름만인 2017년 5월 25일 대통령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127억원)를 42%(53억원) 줄인다고 발표했다. 남는 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쓴다고 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처럼 공사를 구분한다면서 대통령 가족의 생활비(가족 식사, 조·오·만찬, 간식비)를 대통령 월급에서 제한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그래 놓고 한 해 만에 싹 달라지다니 놀라운 일이다. 영수증도 없이 쓰는 재미가 워낙 크고 쏠쏠해서 그런 것인가? 


청와대는 대통령 업무추진비도 쓴다. 청와대가 북한에 보낸 귤 200t의 구입비용은 시가 4억~6억원인데 대통령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한다고 한다. 평양행 군 수송기를 이틀 간 16대를 띄웠는데 기름값이며 조종사 수당과 항공기 운영비도 업무추진비에서 내는지 묻게 된다. 


어쨌든 대통령이 피자 350판을 쏘며 인심을 쓰는 것은 좋다. 감귤북송처럼 그 돈을 특활비에서 쓸 게 아니라 업무추진비에서 쓰면 되는 것이다. 이치가 그런데 깜깜이 돈인 특수활동비는 어디다 쓸려고 그리 목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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