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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을 때, 그 상대방은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편에서 공을 차는 것처럼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이기기 힘들다는 뜻이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환경을 지칭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널리 쓰인다. 특히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여건을 탓하거나 정치적 패배의 불가피성을 강변하기 위해 잘 쓰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에 발간된 자서전 형식의 책 <운명이다>에는 “한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경기와 비슷하다. 보수세력은 위쪽에, 진보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보수세력은 뻥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 나는 20년 정치인생에서 이런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진보세력이 승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는 어록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계열로 정치를 시작하였지만 90년 3당 합당을 반대하고 꼬마 민주당으로 남아 정치를 하게 되면서 보수세력 50년 집권의 벽을 절감하는 한탄이었다.
이에 반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9대 대선 패배 이후인 2017년 7월 25일 KBS2 TV <냄비받침>에 출연해 “모든 것이 다 무너진 것이죠. 탄핵으로 우파 진영이 붕괴가 되었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들어갔는데 거기에 국정 파탄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우리가 질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고 한탄하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은 상태에서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겪은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볼 때 영원히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은 없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다가올 대선에서 당시 여당이 일방적으로 패배할 것으로 예단한 정치 분석가는 없었다. 아니 그에 앞서 치러진 20대 총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이 1석차로 제1당의 지위를 더불어민주당에 넘겨 줄 것이라고 예측한 여론조사기관도 없었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흔히 우리 국민들을 비하해 ‘냄비근성’이라고 하는데, 민심의 쏠림현상이 심하고 기끔씩은 널뛰기를 하는 여론동향을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국민들은 항상 현명하고 바른 판단을 내렸다. 그 국민들이 바로 2차세계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중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다이내믹코리아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운동장에서 기를 쓰고 뛰어 마침내 골을 넣고 정권을 잡게 되면 그때부터 그 운동장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뒤집어 놓겠다는 일념에서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게 된다.
우선 진보정권 10년을 뒤집고 집권한 이명박 정부에서 친북·좌파들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었다고 생각한 사이버공간의 기울어짐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댓글 사건’이 그렇고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번 문재인정부는 그렇지 않은가? 지금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과거적폐 청산 작업도 기실은 자신들이 보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확실하게 자기들 쪽으로 기울여 놓고 20년 집권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운다고 한들 다 보고 있다. 오히려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권불십년이라고 하였다. 국민이 준 권력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오로지 국민만 보고 나아갈 때만이 다음 정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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