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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SBS 등 TV는 28일 저녁 좀 흥분한 듯 했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를 앞두고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의 역전승이 기대되는 것처럼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극적인 승부가 예상된다는 보도였다. 


기자들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어떤 귓속말을 들었기에 이런 엉터리 보도를 했을까. 결선투표에 올라가면 갑자기 많은 나라들이 대한민국의 부산에 표를 던질 것이라는 시나리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아닌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볼 법한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국민적 찬사가 대통령 지지도를 수직 상승시킬 수도 있는 것이고. 


혐의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차분해야할 방송기자들은 애써 흥분한 듯 했다. 그것도 월드컵 축구경기 응원전을 펼치듯 들뜬 모습으로.  결국 애꿎은 국민들만 추운 날씨에 밤잠을 설치고 쓴맛을 다져야 했다. 


딱히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긴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말에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마치 몇 표만 더 얻으면 이기는 게임이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 지금 와서 보면 달밤에 체조하는 격이었다. 


용산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부산 유치전 승리를 위해 지구 몇바퀴를 돌았다며 미담을 늘어놓았다. 겉으로 볼 때 대통령은 미국 출장을 갔다가 서울로 온 뒤 다시 영국으로 출장하고 이어 프랑스파리에서 부산 유치 외교를 벌이는 상승장군의 모습이었다. 부산이 이겼으면 총사령관은 개선장군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정보망과 판매망과 인맥을 가진 한국의 재벌회장들을 대거 이끌고 직접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재벌들이 거짓을 늘어놓아 대통령의 혼을 빼앗기라도 한 건가. 


이런 저런 점에서 보면 과장 허위 보고로 대통령을 흔든 것은 민간이 아니라 정부내 사람일 것으로 여겨진다. 외교부나,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정원 등 정보부서 공직자가 그 범주에 들 것이다.


우리시간으로 29일 0시 직후 나온 결과는 119대 29, 처참한 성적표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전체 165표 가운데 119표를 얻어 1차 투표에서 개최지로 확정됐다. 부산은 29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는 데 그쳤다.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 정부가 이런 차이를 꿈에도 모르고 이길 것 같다고 빵빠레를 울릴 생각을 했다는 것이 납득이 되는가. . 


정부와 언론의 들뜬 분위기와는 너무나 딴판인 참혹한 성적표이다. 세계 6대 강국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나라에서 국제 경쟁의 판세분석이 이렇게 엉터리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유치 실패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그동안 지원해 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발표를 통해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고개를 숙이고 "부산 시민뿐 아니라 우리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관 합동으로, 범정부적으로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가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사과했지만, 말로만 그칠 일이 아니다.


현실은 바닥인데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이번 엑스포 경쟁 결과에 대해 치열한 성찰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현장감 있는 정확한 보고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내부 소통이 어디에서 얼마나, 누구에 의해 막혀 있는지 파악하고 뚫어주는 게 급선무다.


 그냥 우격다짐으로 돌격만 하다간 혈세만 낭비하게 된다. 원팀이기는커녕 모래알이고, 듣기좋은 보고만 하고, 그런 보고를 조장하고 철석같이 믿어 결국 일을 그르친 것 아닌가. 참으로 국민 앞에 염치가 없는 일이다.


순진하다는 말은 어리석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는 더 유능해져야 한다. 의욕만 앞세우는 것은 결코 이기는 길이 아니다.  

소는 잃었지만 이제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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